필자에게는 이미 두손으로 헤아릴만한 좋은 벗들이 있으니 정말
즐거운 일이 아닐수 없다.
업종별 협동조합에 몸담고 있는 평범한 우리들은 매주 관악산을 즐겨
찾다가 지난 91년11월께 취미와 마음이 통하는 협동조합운동인들이 한데
어울려 자연스럽게 "관악산우회"가 이루어 졌으니 이심전심이란 바로 이런
경우에 쓰는 말이 아닌가 싶다.
천명을 달고 이순을 지나 고희를 바라보는 다양한 연령층에가 각자
개성이 다름에도 선배를 존경하고 후배를 아끼는 애틋한 정만큼은
그 모두가 한결같다.
희생적인 정신으로 관악산우회를 이끄는 오길수총무(윤활유조합전무)를
비롯하여 은건표(방정제조합전무) 김태홍(구로기계조합전무) 강완호(LPG조합
전무) 유상열(낙화생조합전무) 김영한(전지조합전무) 이영재(라이타조합전무)
홍순구(가방조합이사) 조승남(연식품연합회부장),새로 동참한 정환기
(석재조합전무) 서대종(생지조합전무)등이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럽고
정감넘친 우리모임의 얼굴들이다.
현대생활인으로서 쌓이고 쌓인 다양한 스트레스도 고통스러운 몸을
이끌고 땀범벅이 되어 고생하다가도 막상 정상에 오르면 심신의 피로를
씻은 듯이 잊어버리고 온 천지를 한눈에 굽어보는 일순간 자연을 정복(?)
했다는 일말의 교마한 마음이 생기는 것도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리라.
매월 둘째 일요일 관악산 정기산행은 물론이거니와 자주 어울려서 철따라
변하는 온갖 산하를 섭렵하려드는 객기들은 요산요수의 진수를 만끽하고픈
지나친 욕심에서 일까.
집에선 지엄한 가장이요,사회에선 인정받는 직장인이건만 자연에서 함께
만나면 모두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동심으로 돌아간다.
호젓한 곳에 둘러앉아 일배일배부일배로 마음을 적시며 먼 추억 가까운
기억을 더듬어 피어나는 이야기꽃.
숨겨진 연분홍 사연을 고백하는가 하면 치기어린 젊은 날의 무용담을
자랑하는등 진솔하고 소박한 대화로 시작하여 차츰 분위기가 고조되면
각자가 철학자요 사상가며 교육자요 청치가요 협동조합운동가의 일인자가
되며 마침내는 우국충정에서 울어나는 고담준론으로 전개된다.
취중정담이 무르익어가는 가운데 또 하루가 지나간다.
비록 연륜은 짧지만 연초에는 전국의 동호인들을 위해 안전산행을
기원하는 우리들만의 시산제를 갖는가 하면 일년중 몇차례는 부부동반
산행을 하면서 열린 마음으로 한 가족이 되어 정담을 나눌줄도 안다.
서로를 돕고 평범한 것을 사랑하며 작은것도 아낄줄 아는 사람들,분수를
지키며 만족할줄 아는 관악산우회가 바로 우리들인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