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화라는 용어가 자주 쓰이고있다.

국가기관이나 대학,언론,기업체할것 없이 모이기만 하면 세계화와
관련된 내용들이 화제의 초점이 되곤한다.

냉전체제 붕괴이후 세계는 그야말로 세계화 국제화,그리고 개방화의 물결에
휩쓸리고 있다.

날이갈수록 그 중요성과 필요성이 증대되어가는 상황속에서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세계화문제가 폭넓게 거론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세계화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살아남고 가일층 발전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라고 할수있다.

세계화야말로 이미 21세기를 향하여 줄달음질하고 있는 상황속에서
우리의 국민적 동일성과 국가적 정통성을 유지하고 보존하기 위한
시대적 사명이요,시장사적 흐름인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주요선진국들은 더욱 선진화하고 있고 싱가포르와
같은 중진국은 이미 선진국대열에 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21세기적 상황을 충분히 통감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듯한 인상을 주고있다.

어쩌면 우리는 지나친 자기만족과 자기도취에 빠져있는지도 모른다.

냉전적 국제정치질서의 종식은 세계를 이미 21세기적 상황으로
유도하고 말았다.

사실상 21세기적 상황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냉엄한 국제정치속의 좌표를 찾고있는 동안에 열강들은
세계화를 향한 발돋움을 하고있음을 다시금 통감할 필요가 있다.

21세기적 시대상황이 갖는 특징은 서로간의 국경을 초월하는 세계화라고
할수있다.

동시에 전 인류는 정치 외교 경제 문화등 모든 분야에서 무제한의
생존경쟁을 벌일수밖에 없게 된다.

국제적 생존경쟁에서 살아나기 위해서 말이다.

우리는 바깥세상의 시대적 흐름에 순응,병진하기 위한 대응책을
신중히 강구해야 할 중대한 시점에 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세계화와 국제화에 대한 뚜렷한 개념규정에도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것 같다.

양자는 개방과 진보를 위한 일정한 가치기준을 갖고있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고있지만 그 내용과 의미를 서로 달리한다.

첫째 국제화는 국가와 국가간의 국경개념을 염두에 두고 있는 반면
세계화는 국경의 개념이 거의 쇠퇴되거나 국경을 초월한 상황속에서
전개된다.

둘째 행위의 주체( Actor )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경우 국제화의
행위주체는 국가인 반면 세계화의 경우에는 국가의 구성요인인 국민이
그 행위의 주체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통례이다.

그러므로 국제화라 함은 국가와 국가간의 경쟁을 의미하는 것이며
세계화라함은 개인과 개인,즉 인간과 인간 상호간의 경쟁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라고 하겠다.

이 두가지 가치개념의 추진방식도 조금씩 그 차원을 달리한다.

국제화는 국가가 행위주체인 이상 정부차원에서 관이 중심적 역할을
할수 밖에 없다면 세계화는 국민이 행위주체인 이상 정부차원은 물론
비정부차원에서의 민간주도형 추진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계화는 개방화를 위한 진일보의 가치를 내포한다고
하겠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국민적 과제는 국제화에서 진일보한 세계화에의
대응이라고 하겠다.

날이 갈수록 국경의 개념이 상대적으로 퇴색되어가는 것이 오늘날
세계정치의 조류이기 때문이다.

이와같은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우리의 세계화를 위한 추진방향을 상정했을
경우 첫째 그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오늘날 세계사의 흐름을 거시적이고도 조감적인 시각에서
인식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할수 있는 발상과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국수주의적이고도 보수적인 가치관에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진정한 세계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수도 있다.

그러므로 선진국으로 부상하는 우리의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대학교육의
질적개선은 필수불가결한 과제이다.

이의 해결을 위하여 국적에 관계없이 우수두뇌를 과감히 강단에
세울수도 있어야 한다.

셋째로 국제적감각을 기초로한 시민정신의 함양이다.

세계화에의 추진작업은 민과 관이 공동으로 주도하되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행위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예로부터 예의바르고 슬기로운 민족임을 자부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민족의 힘을 함께 모아 세계화라는 시대적 사명을
달성할수 있도록 모두가 각자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