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우지사는 초나라 양왕의 고사에서 나온 말이지요.

양왕이 무산에서 선녀와 같이 자는 꿈을 꾸었는데, 선녀가 헤어질때
양왕에게 약속하기를,아침에는 구름으로 저녁에는 비로 되어 나타나리
라고 하였지요.

그 후부터 남녀간의 육체관계를 운우지사, 혹은 운우지락이라고 하였
지요"

경환 선녀가 이렇게 설명을 해주면서 흘끗 가경을 돌아보았다.

가경은 그때까지도 일절 미동도 하지 않은채 조용히 그림처럼 앉아
있기만 하였다.

보옥은 다시 한번 가경이 설보채 같기도 하고 임대옥 같기도 하다고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그럼 지금부터 나에게 여자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건가요?"

경환 선녀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나서 오른손을 들어 가경을
불렀다.

그제서야 가경이 슬며시 일어나서 가까이 다가왔다.

"가경아, 이제 옷을 벗고 이 분 앞에 눕도록 하여라. 이 분에게
여자의 몸에 관해서 우선 설명을 해주어야겠구나"

가경이 하얀 비단 치마 저고리를 벗고 속속곳과 단속곳들을 벗어
나갔다.

그렇게 가경이 옷을 하나씩 벗을 때마다 군방수 향내가 더욱 물씬
풍겨왔다.

군방수는 명산에서 처음 돋아난 풀들과 여러 가지 진귀한 나무의
진액을 섞어 만든 것으로 선계에만 있는 향료였다.

보옥은 숨이 컥 막히는 듯하여 몸을 뒤고 물리며 경환 선녀에게
말했다.

"경환 선녀님이 아무리 여자의 몸에 관해 설명해주고 여자의 몸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하여도 나에게 그러고 싶은 욕정,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그 음심이라는 것이 없으면 모두 헛일이잖아요"

"남녀가 합하기 전에 그런 마음을 심어주는 것도 나의 소관이라고
했지요.

그런데 당신에게는 그런 욕정을 심어주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어요"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당신은 천하고금을 통하여 제일 음란한 사람이니까요(천하고금
제일음인)"

경환 선녀의 대답에 보옥은 크게 놀라 입을 벌린채 두 눈을 휘둥
그렇게 떴다.

"내가 세상에서, 아니 동서고금을 통하여 제일 음란하다니요?

내가 글 읽기를 싫어해서 때때로 부모님의 꾸증을 듣는 것만도
감당하기 힘든 일인데 음탕한 버릇까지 덧보태는 어리석음을
범하겠습니까?

거기다가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나이가 어리고 음란의 음자도
모르는 몸입니다.

그런데 천하에서 제일 음란하다니요?"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