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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세계화노력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번 김영삼대통령의 유럽순방길에 이례적으로 국내 디자이너들이 대거
참여하게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수 있다.

유럽순방에 수행하는 국내 디자이너들과 유득환 섬산련부회장을 비롯한
국내 패션업계 대표들과의 좌담회를 통해 국내 패션산업의 현주소와
유럽시장 진출방안등을 점검해본다.

< 편 집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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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진태옥 < 프랑소와즈 사장 >
문영희 < K&M 사장 >
안희정 < (주)사라 사장 >
이영희 < 이영희한복 사장 >
유기재 < 한국패션협회 부회장 >
유득환 < 섬유산업연합회 부회장 >

<> 유섬산련부회장 =21세기에는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지식산업이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보고 듣는 영상산업이 발전할 것이 분명하며 이런점에서는 우리가 입는
의류와 패션이 함께 성장할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국내 섬유산업의 본산인 섬산련에서도 올해부터 한국을 아시아의
이탈리아로 만든다는 목표아래 패션 디자인 산업을 획기적으로 육성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우리나라 패션 디자인 산업의 미래는 밝습니다.

4계절이 분명하고 손재주가 뛰어나며 색과 선의 감각이 탁월한 우수한
문화가 이를 뒷받침하고있습니다.

다만 이분야 전문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저급품위주에서 고급품 중심으로
패션 디자인을 바꿔나가야 할 것입니다.

<> 유패션협부회장 =패션산업은 지금 변혁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시장에만 안주해온 패션 디자인산업이 이제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전망도 상당히 밝은 편입니다.

그러나 몇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선은 업계 스스로 생산이나 판로상의 어려운 점을 해결해야하지만
이에대한 각계의 인식이 부족한점이 아쉬운 형편입니다.

정부에서나 국민모두가 패션 디자인산업의 해외시장진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 진사장 =국내에서 옷에 패션이란 단어가 붙은 것은 채 30년도
안됩니다.

그러나 우수한 디자이너들의 노력으로 이제는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패션을 상당히 알아주는 정도가 됐지요.

프랑스 파리에서도 어느정도 인정해주는 단계까지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국내에서는 패션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이라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이런점에서 김영삼대통령의 유럽순방에 업계대표들이 함께 수행하게
된것은 패션산업 발전에 상당히 고무적인 일로 작용할 것으로봅니다.

현재 업계는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있습니다.

첫째는 유통구조가 바뀌어야 할것입니다.

이는 원가절감으로 비싸다는 평을 듣고있는 옷 값을 소비자가 수긍할수
있는 선으로 내린다는 차원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빠른 시일안에 복잡한 유통구조가 바뀔수 있을는지는 의문입니다.

두번째는 디자이너들의 자질문제입니다.

국내 패션이 국제무대에 나가 행세하고 세계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외선진 패션정보와 트랜드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디자이너들의 자질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할것입니다.

<> 문사장 =패션에 대한 세계각국의 정보는 업체 개개인이 입수하기
보다는 연합회나 정부가 입수해 정리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패션산업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자적인 소재개발이 중요하지요.

디자이너가 창작할수있는 기회가 적습니다.

디자이너가 원하는 아이디어를 1백% 표현할수 있도록 이를 개선할 길을
찾아야겠습니다.

해외진출의 경우에는 실루엣 연구가 앞서야겠지만 독자적인 색상과
주관적인 소재등 한국적인 멋을 지닌 패션이 빨리 뿌리를 내려야
할것입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패션이 아닌 의류수출개념이었지만 이제는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좀더 고급패션을 수출하고 창의력있는 패션이 있다는
것을 외국에 보여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2년전부터 파리콜렉션등에 출품하고 있는데 이럴때
집중적인 지원을 해주어 두각을 나타내게 되면 유럽패션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할수 있을 것으로봅니다.

현재 패션업계는 고임금체제로 접어들어 좀더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지요.

<> 이사장 =7,8년전 부터 패션의 유럽진출을 추진해 왔습니다.

93년 3월에 처음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한복 20벌로 패션쇼를 할때만
해도 우리것을 인정해줄까 하는 의문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운이 좋았던 탓인지 결과는 무척 좋았습니다.

첫해의 그같은 감격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자고나서 밤12시에 혹시 뉴스에 나오려나 싶어서 TV를 켰는데
정규뉴스에 소개되더군요.

유럽사람들이 의외로 동양풍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무엇이든지 그나라 사람들에게 맞게 잘만들면 인정을 받을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다음날에는 피가로 신문에도 크게 나오더군요.

그래서 그때부터 우리 것도 세계화 할수 있고 인정받을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패션은 소재가 중요한데 한복을 전문으로 하다보니 그동안 외국소재는
한번도 쓴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 고유의 소재를 찾아 외국사람에 맞게 짜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몇년동안 한산 경주 홍성등 안다닌곳이 없습니다.

파리에서 팔리고 있는 옷은 한국에서 제일 안팔리는 누빈저고리 깃없는
누빈두루마기등으로 소재가 좋고 색감이 뛰어나다는 칭찬을 듣고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기 것을 아끼고 인정해주는 풍토가 조성되었으면
합니다.

파리에서는 한국패션이 앞서간다는 평을 듣고있는데 오히려 국내에서는
판매가 미약한 것을 볼때 속이 상합니다.

그래서 우리 것을 계속 개발해 나가면 그것이 곧 세계화에 부응하는
제품이 되고 국제무대에서 성공할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 계 속 ...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