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양국이 통신분야형식승인면제 식품유통기한연장 지적재산권보호 담배
양해록개정등 통상현안을 풀기위한 의견조율을 벌이고 있어 이번기회에
어느정도 양국간 이해의 폭이 넓혀질지가 주목된다.

크리스티나 런드 미무역대표부(USTR)한국국장은 지난 27일부터 5일간의
일정으로 외무부 정보통신부 농림수산부 보건복지부 통상산업부 검찰등
관련부처를 차례로 방문, 고위실무자들과 양국의 통상현안에 대한 이견차를
가늠질하고 있다.

런드국장과 우리정부 관계자들과의 접촉은 어디까지나 비공식적인 의견
교환이긴 하나 이번 조율의 분위기는 4월중 열릴 한미무역실무회의로 연결될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을 수 밖에 없다.

사실 한미양국간 통상관계에는 코앞에 닥친 큰 현안은 없다.

선준영 외무부제2차관보(경제담당)는 "현재 한미 양국이 통상문제에 대해
상대방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들은 교역규모 4백억달러에 달하는 양국통상
관계의 볼륨에 비춰볼때 으례히 있을 수 있는 것들"이라며 "대수롭지는
않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이 우리나라의 시장개방수준에 불만을 다소 가질 수 있고 마찬가지로
우리도 미국의 통상정책에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미측은 한국이 특정분야에 대한 시장개방을 약속해 놓고도 현실적으로는
비관세장벽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데 불만이다.

미측이 비관세장벽의 대표적인 예로 꼽는 것은 통신과 식품분야다.

미 AT&T사가 최근 개발한 전자교환기(5-E2000)가 기존의 제품을 개량한
것인데도 한국이 신기종이라는 이유로 형식승인을 요구하며 입찰에서 제외
시키는 것은 비관세 무역장벽에 해당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측은 또 업계자율로 정하는게 관행인 육류유통기한을 한국에서는 정부가
정하는 것이나 미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미국산 의료기기를 유럽
국가에서는 인정하고 있지만 한국정부는 새로운 형식승인을 받으라고 요구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자세다.

반면 한국은 한미간에 체결되어 있는 각종 통상협정들의 내용에 불평등한
부분이 많으며 하루빨리 그러한 부분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측은 그예로 양담배에 대한 종량소비세가 갑당 4백60원으로 일률적으로
정한 한미담배양허록을 들며 이의 조기개정을 미측에 요구하고 있다.

런드국장이 한미간의 입장을 종합, 미정부에 보고하면 한미간 통상현안은
내달 28일 워싱턴에서 열릴 경제협력대화기구(DEC)회의와 4월중 개최될
한미무역실무회의에서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번 기회에 우리의 입장을 투명하게 미측에 전달
하겠다"며 "WTO체제에서는 "투명성"이 없으면 자칫 무역보복을 당하기
쉽상"이라고 말했다.

<김호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