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사람들] (1) 프롤로그..증시, 환희/고뇌의 대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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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과 봉우리를 만들어가는 길고긴 주가의 궤적속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거대기업을 일군 회장님의 성공이야기가 있는가하면 구멍가게에
불과했던 사업을 키워 상장업체로 만들어낸 기업가의 고된 숨소리도
배어있다.
사채업자와 큰손은 은밀한 음모를 꾸미고 "작은 손"투자자들도
나름대로는 부지런히 촉각의 안테나를 세우고있는 증권시장이다.
자금의 대소를 불문하고 모두는 엄연한 주인공들이며 당사자다.
고래같은 큰손이 있지만 증권의 바다를 더불어 헤엄치고있는 작은손들도
간과할수없다.
재무공학의 정밀한 이론과 가설을 외쳐대는 사람들이 많지만 재운 좋은
투자자들에겐 한낱 웃음거리외에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곳이 증권시장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평등한 존재들이 된다.
인간유형의 전시장같은 시장에서 증권맨들을 빼놓고 이야기를
풀어갈수는 없다.
사장앞에서는 꼼작못하는 말단 사원들이지만 모두가 나름의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있는 증권맨들이다.
우리나라 증권시장이 개방될때 낯선 월스트리트에서 코리아펀드 지분을
팔려 뛰어다녔던 신입사원은 이제 중견의 임원이 되어있고 청운의
증권맨들은 노란넥타이의 국제금융가"유니폼"을 입고 지금도 세계를
뛰고있다.
세상은 그만큼 많이 변했고 한국증시도 성장했다.
그러나 변치 않은 부분도 여전히 그만큼의 무게를 지닌채 버티고있다.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끊임없이 다시 밀어올려야하는 시지프스처럼
하락하는 주가와 휴식없는 싸움을 계속하고있는 영업맨들은 어쩌면
그렇게 운명지워진 시지프스들이라고 할수도 있을 것이다.
고객의 알토란같은 재산을 맡아 관리하다 투자자산을 모두 날린 끝에
자살에 이른 자가있고 또다른 증권맨들은 아예 개인재산을 팔아 깨진(?)
만큼 물어주는 길을 택하기도 하는 그들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지점장들의 출근길은 천금만큼 무거워지고 원수
보다 무서운 약정경쟁은 증권맨들의 마지막남은 기력까지 소모시키고
있다.
채만식이 창조한 "탁류"의 후예들이라고 해야할까.
이런가운데서도 새로운 조지 소로스들은 태어나고 그래서 투기적
환상의 포로들은 오늘도 새로운 꿈을 꾸고있다.
물론 쓸개같은 것을 떼놓고 다녀야하는 것이 일선 영업맨들 뿐만은
아니다.
기관투자가를 상대하는 법인담당 증권맨들이나 기업체 자금조달을
담당하는 인수공모부 직원들의 번민도 어디에 비할바 아니다.
모두가 자본시장을 견디고 지탱하는 우리의 증권가 사람들이다.
자본시장의 숙명같은 것에 얽혀있는 몸들이지만 이를 통해 사회경제적
효율을 창조하고 자본주의를 지켜간다는 직업인으로서의 소명이 이들을
지켜주고 있을 것이다.
이제 이들의 환희와 절망이 교차하는 길고긴 이야기를 들어보자.
투자자와 증권맨들이 한데 어울어져 실타래처럼 풀어내는 증권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거대한 인간시장을 살아가는 진솔한 이시대의 이면사를
기록해보자. 무수한 시지프스의 이야기를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8일자).
있다.
거대기업을 일군 회장님의 성공이야기가 있는가하면 구멍가게에
불과했던 사업을 키워 상장업체로 만들어낸 기업가의 고된 숨소리도
배어있다.
사채업자와 큰손은 은밀한 음모를 꾸미고 "작은 손"투자자들도
나름대로는 부지런히 촉각의 안테나를 세우고있는 증권시장이다.
자금의 대소를 불문하고 모두는 엄연한 주인공들이며 당사자다.
고래같은 큰손이 있지만 증권의 바다를 더불어 헤엄치고있는 작은손들도
간과할수없다.
재무공학의 정밀한 이론과 가설을 외쳐대는 사람들이 많지만 재운 좋은
투자자들에겐 한낱 웃음거리외에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곳이 증권시장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평등한 존재들이 된다.
인간유형의 전시장같은 시장에서 증권맨들을 빼놓고 이야기를
풀어갈수는 없다.
사장앞에서는 꼼작못하는 말단 사원들이지만 모두가 나름의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있는 증권맨들이다.
우리나라 증권시장이 개방될때 낯선 월스트리트에서 코리아펀드 지분을
팔려 뛰어다녔던 신입사원은 이제 중견의 임원이 되어있고 청운의
증권맨들은 노란넥타이의 국제금융가"유니폼"을 입고 지금도 세계를
뛰고있다.
세상은 그만큼 많이 변했고 한국증시도 성장했다.
그러나 변치 않은 부분도 여전히 그만큼의 무게를 지닌채 버티고있다.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끊임없이 다시 밀어올려야하는 시지프스처럼
하락하는 주가와 휴식없는 싸움을 계속하고있는 영업맨들은 어쩌면
그렇게 운명지워진 시지프스들이라고 할수도 있을 것이다.
고객의 알토란같은 재산을 맡아 관리하다 투자자산을 모두 날린 끝에
자살에 이른 자가있고 또다른 증권맨들은 아예 개인재산을 팔아 깨진(?)
만큼 물어주는 길을 택하기도 하는 그들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지점장들의 출근길은 천금만큼 무거워지고 원수
보다 무서운 약정경쟁은 증권맨들의 마지막남은 기력까지 소모시키고
있다.
채만식이 창조한 "탁류"의 후예들이라고 해야할까.
이런가운데서도 새로운 조지 소로스들은 태어나고 그래서 투기적
환상의 포로들은 오늘도 새로운 꿈을 꾸고있다.
물론 쓸개같은 것을 떼놓고 다녀야하는 것이 일선 영업맨들 뿐만은
아니다.
기관투자가를 상대하는 법인담당 증권맨들이나 기업체 자금조달을
담당하는 인수공모부 직원들의 번민도 어디에 비할바 아니다.
모두가 자본시장을 견디고 지탱하는 우리의 증권가 사람들이다.
자본시장의 숙명같은 것에 얽혀있는 몸들이지만 이를 통해 사회경제적
효율을 창조하고 자본주의를 지켜간다는 직업인으로서의 소명이 이들을
지켜주고 있을 것이다.
이제 이들의 환희와 절망이 교차하는 길고긴 이야기를 들어보자.
투자자와 증권맨들이 한데 어울어져 실타래처럼 풀어내는 증권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거대한 인간시장을 살아가는 진솔한 이시대의 이면사를
기록해보자. 무수한 시지프스의 이야기를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