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가격 인하와 주유소 확보, 비축시설 확충여부등을 놓고 사사건건
옥신각신했던 정유5사가 이번엔 정제시설 증설문제로 한바탕 붙을 분위기다.

쟁점은 쌍용정유의 "편법" 증설여부.

따라서 싸움은 쌍용대 유공 호유 한화에너지 현대등 나머지 4사간의 분쟁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시비의 뿌리는 지난 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3만배럴(하루 정제능력)규모의 정제시설이 화재사고로 망가졌던
쌍용은 이를 계기로 12만배럴의 증설허가를 받아냈다.

사고시설을 보수하더라도 오는 97년에나 완전 재가동이 가능하다는 쌍용측
주장에 따라 정부는 그때까지의 수급상황을 감안, 증설허가를 내줬었다.

정유사의 증설허가는 국내 총정제능력이 수요의 1백30%를 넘지 않도록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그러나 97년에나 원상복구될 것이라던 쌍용의 사고시설이 당장이라도
돌릴수 있을 만큼 온전해진 데다 93년 따냈던 증설 시설도 현재 시험가동중
이어서 곧 정상가동에 들어갈 예정으로 있어 문제가 발생했다.

유공 호유등 경쟁사들이 이에 반발하는건 당연하다.

쌍용이 93년 증설허가때의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다.

별것도 아닌 사고를 빌미로 증설허가를 얻어냈다는게 나머지 4사의 주장
이다.

그런 편법으로 정제시설을 늘려 다른 정유사들의 증설여유를 그만큼 갉아
먹었다는 점이 경쟁사들의 신경을 건드린 셈이다.

쌍용은 이에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쌍용정유관계자는 "증설허가를 받으려고 의도적으로 사고내용을 부풀렸던
것은 아니다"며 "이 문제는 통상산업부가 판단해줄 일"이라고 밝혔다.

공을 통산부로 넘기고 있는 셈이다.

공을 받은 통산부의 방침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김동원자원정책2심의관은 "쌍용의 증설허가 당시 95년 하반기중 수급상황을
재검토해 정부방침을 결정하기로 했던만큼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가서 수급이 빡빡하다는 이유로 쌍용의 편법 증설을 묵인할
수도, 그렇다고 멀쩡히 있는 시설을 강제로 돌리지 못하게 할 수도 없어
난처한 입장에 몰릴게 뻔하다.

업계관계자들은 "빠르면 내년부터 정제시설의 신증설이 자유화될 전망
이어서 이같은 논란은 결국 무의미한 것일 수 있다"며 "자유화 이전에
시장을 한뼘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기존 정유사들의 "마지막 전쟁"이
아니겠느냐"고 해석하고 있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