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식품이다.

우리의 식생활에서 주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김치는 건강지향성
재료들이 가미돼 기능성식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김치의 과학화와 세계화를 겨냥한 연구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91년 창립된 김치연구회 간사장을 맡고있는 조재선 경희대교수(58)도
김치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학계인사의 한사람이다.

조교수는 서울대 농화학박사로 국방과학연구소 KIST 동덕여대를 거쳐
경희대 식품가공학과교수로 있으면서 김치의 산업화 과학화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희대 수원캠퍼스에서 조교수를 만나봤다.

-김치연구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가 있을것 같은데요.

<> 조교수 =파월국군장병에게 김치통조림을 공급한것이 우리나라
김치수출의 시작입니다.

그당시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김치의 보존방법을 연구하면서 김치의
우수성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김치연구작업은 어떤 수준에 와 있습니까.

<> 조교수 =국내에서 김치연구가 본격화된것은 88년 서울올림픽이
계기가 됐습니다.

91년에는 학계와 산업계가 주축이 되어 김치의 과학화를 이뤄보자는
목적을 갖고 김치연구회를 창립해 연구활동에 불을 댕겼지요.

지금까지 많은 연구실적이 있지만 아직도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해있습니다.

-김치식품은 어떻게 발전돼왔는지요.

<> 조교수 =기업들이 김치생산에 참여하면서 맛을 살린 풍미식품으로
발전되고 최근에는 기술개발에 힘입어 건강식품으로 부상했습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기능식품으로서의 가치도 지니게 됐지요.

-김치가 기능식품이라는 연구결과는 어떻게 나와있습니까.

<> 조교수 =김치는 각종 채소류가 주원료입니다.

신선미가 있고 섬유질 비타민등이 풍부해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한
식품이지요.

김치에는 또 향신료가 들어갑니다.

고추 마늘 생강등을 자연스럽게 섭취하게 되지요.

마늘이 항암효과가 있는것으로 밝혀진것처럼 이들 향신료는 지방분해와
소화를 촉진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젖산발효의 기능도 이미 입증됐지요.

-국가적인 연구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 조교수 =전통발효식품의 과학화가 G7과제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초기 단계이긴하나 산업화 대량생산 해외수출을 겨냥한 것입니다.

-김치수출은 잘되고있는지요.

<> 조교수 =아직까지는 미약한 수준입니다.

중동근로자들이 많이 철수한이후 지금은 연간 4천만달러정도에서
일본이 약 70%를 차지합니다.

수출상품으로서의 개발도 미약한데다 업체간의 과당경쟁으로 가격이
떨어져 품질향상을 꾀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코스트가 안맞으니 좋은 재료를 쓰지못하는 상황이지요.

-김치종류가 일본과는 다르지요.

<> 조교수 =일본에선 절임식품으로 유통됩니다.

젓갈도 안쓰고 발효되지 않는 겉절이의 일종이지요.

그런데 한국에 나와서 우리김치의 맛을 아는 일본사람들은 전통김치를
높이 평가합니다.

김치를 맛본 서양사람들도 다시 찾고요.

-김치를 수출상품화하는데 어려운 과제가 많을텐데요.

원료조달측면은 어떻습니까.

<> 조교수 =연중 안정적으로 조달할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못한게
현실이죠.배추도 여름철에는 고랭지것을 사용해야 하나 물량이적고
가격도 불안정합니다.

양념류도 수급이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원료의 안정확보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있습니다.

-생산과정의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 조교수 =김치의 숙성조건 포장기술 보존저장기술이 개발돼야
합니다.

표준화 자동화에 관한 연구도 만족스러운 수준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김치맛이 독특한만큼 연구작업도 복잡하고 쉬운 문제가 아닌것 같습니다.

-김치의 과학화와 국제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내시장에서 기업화의
기반이 튼튼해야 할텐데 김치소비량이 줄고있지요.

<> 조교수 =쌀소비량이 줄고 김치소비도 따라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식생활구조상 김치가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위치에
있어 절대량의 수요기반을 갖고 있습니다.

더욱이 집에서 김치를 담가먹는 비중이 줄어들고 사먹는 패턴이
확산되면서 상품김치의 수요는 커지고 있습니다.

상품화율이 높아지면서 김치산업규모는 확대되고 기업화의 기반도
넓어지는 셈이지요.

-김치산업에 대한 대기업참여규제가 해제된 것이 발전적인 계기가
될것도 같은데요.

<> 조교수 =연구개발투자능력도 있는 대기업이 김치산업에 참여해서
전통식품의 국제화를 이룰수 있다면 좋은 일입니다.

대기업이 연구개발과 품질향상을 선도해 건강식품이자 기능식품인
김치산업을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관계도 필요하겠습니다.

<> 조교수 =대기업이 중소기업제품의 판매를 대행해주는 유통기능을
맡아주고 중소기업은 제품에 대한 품질보장과 신용을 갖고있어야
할것 같습니다.

일본의 기업도 전체유통물량중 30%만 자체생산하고 나머지 70%는
타회사 제품의 판매를 대행하는 식입니다.

이 경우 대기업도 경쟁력을 높일수 있고 중소기업도 같이 발전하는
것이지요.

-김치의 유통구조에서 애로사항이 많을것 같은데.

<> 조교수 =특히 여름철의 경우 유통조건에 따라 맛이 다 틀려지게 됩니다.

방부제사용이 불가한만큼 냉장유통이 필수적입니다.

상품 김치가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의 유통단계에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 문제는 수출의 경우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가 패스트푸드를 자주 찾는등 식생활패턴이 변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로 내려가면 그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빠른것 같은데.

<> 조교수 =김치는 다양하게 이용할수 있습니다.

햄버거의 한국형으로 김치버거를 개발하는 것처럼 젊은이의 입맛에
맞도록 김치상품을 개발하는 연구가 필요하지요.

-김치산업의 장래를 전망하신다면.

<> 조교수 =어둡지 않습니다.

식생활패턴의 변화에 대응하는 것등 많은 노력이 있어야지요.

관련기업들이 영세성을 면치못해 연구개발능력이 취약합니다.

국가적인 연구개발지원이 필요합니다.

수출업체가 바이어의 요구대로 따르다보니 채산이 맞지않자 편법으로
국물을 많이 넣는 자세로는 김치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시장을
잃어버리는 결과가 초래될 것입니다.

-세계화시대에 나라마다의 전통식품이 문화와도 연결되는것 아닌지요.

<> 조교수 =과학적 규명을 통해 김치의 우수성을 확보한다음 세계시장에
내놓는 것이 한국문화를 널리 알리는데도 필요합니다.

-개방화시대의 식품교역에 많은 변화가 올것 같은데요.

<> 조교수 =식품분야에서 개방화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가 이대로는
안됩니다.

식품의 수입도 불가피해지는만큼 우리의 식품산업에서 경쟁력이
있는것과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연구분석이 있어야지요.

우리 식품산업의 위치를 재조명해야 합니다.

원료도 국산으로 만들어야 하는것이 있고 수입원료를 사용할수 밖에
없는 것도 있을것입니다.

-우리 식품산업의 현실을 어떻게 보십니까.

<> 조교수 =우리식품산업은 보수적입니다.

전통식품가공산업은 발전이 덜돼있고 오히려 외래식품이 더 발전돼
있습니다.

전통식품의 상품화노력이 미흡한 실정입니다.

-그 원인을 찾는다면.

<> 조교수 =식품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면서도 가격규제는 많습니다.

이러한 여건은 기업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투자여력도 없어지고 품질개선에도 장애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가격통제가 심해 기업의 성장력에 제약을 주고 있습니다.

-식품산업은 행정 규제도 많지요.

<> 조교수 =행정업무는 여러부처에 분산돼 있습니다.

부처간 유기적인 협력도 잘 안되는게 현실입니다.

세계화시대에 외래식품의 유입이 러시를 이룰텐데 국내 식품산업은
각종 규제를 받고 있는 형편이지요.

-세계화에 대응하는 식품산업의 과제는 무엇입니까.

<> 조교수 =호주에는 한국에 밀가루를 수출하기위해 한국전담 연구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우리의 전통식품에 대한 연구는 뒤져 있지요.

요즘 숙취해소음료라는 시장에 너도나도 뛰어 드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세계화 개방화시대에 식품산업이 전환점에 서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기업 정부 모두가 급변하는 시대의 식품산업을 어떻게 이끌어가야할지를
생각해야할 때라고 봅니다.

<대담=심상민유통부장>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