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국가에서는 법률위반에 대한 제재방법으로서 주로 자유형과
벌금형이 채택되고 있다.

인간의 삶이란 다양한 활동을 뜻하는 것인만큼 인신의 자유를
구속함으로써그 활동을 정지시키는 자유형은 인간에게 가장 치명
적인 손상을 줄수있다는 점에서 형벌효과가 큰 것이라할 것이다.

다음에는 시장경제체제하에서 화폐는 누구에게도 거부되지않고
기꺼이 받아들여지는 일반직 수령성을 지니고 있기때문에 기본적
유통수단으로서의 기능을 갖고있다.

자연 자본주의사회에는 산업활동의 시발과 귀착이 모두 화폐로써
이루어진다.

따라서 금전적 희생을 강제하는 벌금형은 의당 자유형에 버금가는
형벌효과를 가질수 있을것이다.

최근에 도시교통이 극도로 혼잡해지고 교통법규 위반사례가 빈번해짐에
따라 정부에서는 교통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 법류위반에 대한 범칙금
과태료등의 중과방침을 천명했다.

위반사범에 대해서 형벌보다도 질서벌로서 엄한 금전벌을 중과함으로써
제재효과를 거두고자 하는 의도이다.

그런데 당혹스럽고 놀랍게 느껴지는것은 금전벌 금액의 수준이다.

이미 시행되고있는 것으로 10부제 위반에 5만원,입법예고된 교통신호위반에
대해서 7만원등으로 되어있다.

미화로 환산하면 전자가 60달러 후자가 90달러정도가 된다.

이금액 책정은 많은 검토끝에 나온 고육지책일것이다.

필자 역시 벌과금을 획기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인상 책정한 그동안의
사정을 이해한다.

다만 벌과금을 과도할 정도로 높게 과하지 않으면 징벌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풍토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보게된다.

벌금 과료 과태료 범칙금등 각각이 갖는 법률적 성격은 차치하고
이러한 재산형 금전벌은 모두가 징벌효과로서 예민한 감응을 나타내지않는데
에 사회적 문제가 있다.

이 현상을 경제학상의 개념에 대입해서 표현한다던 금전벌의 징벌효과탄력성
이 약하다고나 할까.

어쨌든 금전벌에 대한 면역현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떤 인사가 한국인과 미국인의 기질을 비교해서 1,000달러의 벌금형과
1개월의 실형 양자중 택일이 불가피하다면,한국인은 벌금형을,그리고
실용주의적인 미국인은 실형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일이 있다.

퍽 흥미있는 관찰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사회풍토나 사회심리적으로 어떻게 파악해야
할것인가.

국민소득수준이 향상되어 경제적으로 부유해져서인가.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회병리 탓인가.

60년 이래의 개발기에 우리 국민은 화소를 가리지 않고 집념어린
근로의욕을 불태웠다.

빈곤극복의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자산인플레이션과 경제사회의
조직성의 미흡등은 블로소득 기회를 조장함으로써 근로정신을 쇠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일면을 나타내게 되었다.

시장경제체제는 가격현상 즉 화폐가치의 변동현상이 매개가 되어
운행되게 마련이다.

그러려면 화폐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인식이 선행되지 않으면 안된다.

1인당 GNP 5,000달러에서 1만달러에 이르는 소득수준,말하자면 현재
한국의 소득수준 주변에 점재해 있는 국가들의 소득단계 또는 발전단계에서
무절제한 소비와 국민생활 그리고 생산적이 아닌 부적정한 투자가
이루어지기 쉽다는 지적을 왕왕 듣는다.

이 경우 국민경제능력과 사회적 자금은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사용되지 않고 소모적으로 흐르기 쉽다.

이 경우 선진국 진입에는 그만큼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화폐는 경제활동의 진정한 유인으로 작용할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그럴때 화폐는 가장 귀중한 상품으로서 경제활동을 규율하는 지렛대가
될수 있다.

무절제한 배금주의는 배제되어야 하되 진정한 노력에 대한 대가로써
소득을 증식시키는 가금상의는 존중되어야 한다.

자산인플레이션과 천민적투기가 억제되고 경제사회가 철저하게 조직화됨으로
써 불로소득이 개재할 여지가 없는,진정한 근로정신에 입각한 가득소득이
주류를 이루어야만 한다.

이러한 풍토에서 비로소 근로정신은 제자리를 찾고 돈의 진정한
뜻과 두려움 그리고 존귀함을 알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될때 금전벌의 징벌효과는 스스로 커질수 밖에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