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이후 제약업계에 새로 나타난 흐름이 대기업그룹의 제약업종진출
이다.

84년 제일제당을 선두로 럭키, 선경등이 새롭게 제약사업부를 구성하거나
기존의 제약회사를 인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제약업에 뛰어들고 있다.

93년에는 한보그룹이 상아제약을 인수해 현재 재벌기업계열의 제약사는
11개에 달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그룹계열의 제약사들가운데 특히 상아제약과 코오롱제약,
덕산센트랄등은 지난해 생산실적이 한 해전보다 각각 31%에서 60%까지
늘어나는 호황을 누렸다.

이는 전체 생산증가율 13.15%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물론 제일제당이나 럭키등은 오히려 한 해전보다 줄어들거나 제자리성장을
하는 부진을 나타내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는 제약업종평균을 웃도는
성장세를 나타내는 추세이다.

재벌기업의 제약업종진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과 긍정적인 시각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은 중소기업업종의 성격을 갖고 있는 제약업종에까지
대기업이 뛰어들어야 하는가 하는 시각이다.

의약품시장의 경우 우리나라는 특이한 유통구조로 인해 영업에 지나치게
많은 무게중심이 두어져 있다.

이때문에 자본력이 우세한 대기업이 가격경쟁력등을 앞세워 시장에서
중소제약업체들과 경쟁하면 중소기업은 설 곳이 없다는 논리이다.

실제로 기존의 제약사를 인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제약산업에 진출한 업체중
에는 만들기쉬운 완제의약품부문에서 기존제품을 그대로 생산하면서 국내
제약업체들과의 경쟁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이 적지않다.

반면 국내제약산업의 위상과 관련해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않다.

이는 영세한 중소제약업체들이 하기 어려운 신약개발에 대기업이 투자해야
한다는 바람이 섞인 견해다.

매출규모가 크고 다양한 사업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대기업일수록 장기간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개발투자여력이 있고 위험
분산도 되므로 이것이 가능하다.

제약업종에 참여한 대기업스스로는 제약업계전체의 연구개발투자수준을
높이고 연구개발을 하는 기업위주로 제약업종의 구조개편을 앞당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럭키나 선경, 제일제당등은 연구인력이나 시설은 물론, 연구개발비
에 적지않게 투자하고 있다.

지난 93년기준으로 국내 100대제약기업의 매출액대비 R&D투자비율은 겨우
3.24%에 불과하다.

반면 럭키는 93년중 의약품분야의 매출액 184억원중 절반이 넘는 1백10억원
(59.72%), 선경은 매출액 115억원중 61억원(53.35%)을 R&D에 지출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