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맺게 되는 인연이 많다.

학교동창으로, 혹은 이웃으로, 직장동료로 세상을 살면서 갖게 되는
관계가 그런 것들이다.

필자에게도 이런 여러 경로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된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은 이중에서도 학창시절, 특히 고교때 친구를 가장 허물없는
사이라고 한다.

멀리 떨어져있는 친척보다 낫다는 "이웃사촌"도 정들이기에 따라선
빼놓을 수 없는 절친한 사람들이다.

필자가 함께 즐거움과 기쁨을 나누는 멤버들은 바로 이 두가지 관계,
"고교동창+이웃사촌"이 겹쳐진 "특수관계인"들이다.

무릇 모든 인연이 그렇듯이 우리들의 동호동락도 아주 "우연"에서
비롯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십수년이 지나 우연히도 "한지붕 다섯가족"의
연을 다시 갖게 된 친구들로 우리들의 모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89년말 서울 사당동 대림아파트에서 우리 "다섯가족의 모임"은
시작됐다.

참으로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74년 2월 경기고등학교를 70회로 졸업한뒤 15년여를 제대로 연락조차
하지 못하면서 바삐 지내던 우리 동기들이 서로가 같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70회동창회가 만들어 회원들에게 보내는 회보에 실린 주소를 보고서야
"야, 이 친구들이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있었다니!" 하는 깨달음에
한편으로는 놀랍고, 한편으로는 반가움을 금할 수 없었다.

무역회사인 테레시스에서 무역부장으로 세계를 누비고있는 김해원,
(주)청민이란 무역업체를 차려 사장으로 일하고있는 한봉철, 충북
제천지청 검사를 거쳐 주미대사관 법무관으로 나가있는 김준규,
대주합동회계사무소 소속 공인회계사로 있는 홍기택과 필자는 이렇게
해서 형제지간 못지않은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 "한지붕 동창생"들은 89년말 의기투합해 모임을 만든 뒤 지금
까지도 매달 한차례씩 온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를 이어오고 있다.

40이 넘어 다시 갖게 된 인연이지만 우리들의 사이는 "언제나 청춘의
10대시절"이다.

지금이야 학부형의 처지이면서도 말이다.

친구들의 집을 번갈아 가며 모임장소로 삼아 각자의 부인은 물론
아이들까지 동반해 대가족같은 버글거림을 즐기는 게 우리들 모임의
가장 큰 특색일 게다.

여름과 겨울철의 휴가시즌에는 서로 기간을 맞춰 함께 산과 바다로
야유회를 가기도 하고,때론 주말에 함께 서울 근교의 주말농장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한다.

매년 가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경기고 총동창회 주최 걷기
대회때도 빠짐없이 온 가족이 참석해 "70회 한지붕 다섯가족내기들"의
단결력을 과시, 다른 동창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요즘은 우리 멤버들이 이곳 저곳으로 이사해서 서로 다른 곳에 살고
있지만, 아직도 마음만은 "한지붕 가족"이다.

가족단위의 모임도 예전과 다를 것없이 이어지고 있고, 아내들끼리는
서로 전화연락을 해 쇼핑도 함께 다니고 요리학원도 같이 다니고있다.

소중한 우리들의 만남과 인연은 앞으로도 무궁하게 이어질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