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힘을 잃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연3일째 큰 폭으로 하락하여 900포인트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연15%대에 머물고 있는 실세금리(회사채수익률 기준)가
내림세에 있는 것도 아니다.
증시에서 돈이 빠져나가도 금융기관의 대출여력은 여전히 빡빡하다.
시장기능에서 나타나야 할 "위험성과 수익성의 교환"이 눈에 보이지
않는 금융난기류가 지속되고 있다.
금융불안이 자금시장을 얼어붙게 하여 자금흐름을 왜곡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확보를 위한 가수요와 급전을 구하는 경직된 수요가 여기에
겹쳐 자금시장의 왜곡은 더욱 심화된다.
금융불안을 없애는 유일한 길은 보유자산의 가치가 시장가격에
의해 보장되도록 통화와 금융자산의 공급을 시장기능에 맡기는 것이다.
제값을 내면 쓸수 있는 돈이어야 하고 자산보유의 위험수준을 투자자가
선택할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정책대안은 다음 세가지로 요약 된다.
첫째 우리의 실물경제의 규모에 비해통화량 스토크의 수위가 너무
낮다.
물자의 공급량과 가격의 증가율에만 통화공급량 증가율을 맞추다
보니 통화량의 절대량이 부족하게 되고 사채시장이나 단자시장에까지
신용있는 기업이 찾아 한계이자율을 높여 자금경색에 허덕인다.
총통화증가율 20% 수준에서도 콜금리가 25%이상 치솟는 것은 절대통화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거래단계가 많아지고 중간재 사용비율이 높아지면 당연히 통화의
거래적 동기 수요는 늘게 마련이며 통화량공급을 부가가치기준 실질
성장률에만 맞추는 것은 논리상 맞지도 않는다.
둘째 경제안정은 물가 금리 환율의 수준에 목표를 두어야지 통화
재정 외환정책변수의 수준안정 경직성에 두지 말아야 한다.
즉 상품과 돈의 가치안정에 목표를 두어야지 인위적인 가격변화를
초래하는 정책모험을 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긴축기미를 보일 때마다 주가폭락과 금리폭등이 일어나
금융경색과 난기류가 형성되는 것은 경제운용이 투명성과 신축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셋째 정책기조의 변화나 정책수단의 선택은 국가경쟁력강화나 세계화와
같은 국정목표에의 영향을 고려해 선택되어야 한다.
최근 통화관리의 부담때문에 외화유출제한을 완화하고 사회간접자본
투자계획을 축소하고 경기를 진정시키려는 일련의 조치는 국정목표를
단기경제운용 어려움에 희생시킨 예이다.
단기적 정책운용이 기업을 어렵게 하는 최근의 금융난기류는 장기
국정목표에 조준한 정책평가로 바로 잡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