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대한통상압력이 양국간 무역분쟁으로까지
이어질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 급성장시장( Big Emerging Market )으로 분류되고 있는
국가와의 통상협상에 임하는클린턴행정부에 유례없는 강성기류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클린턴행정부의 강성통상정책기조는 대중무역제재와 함께 최근 잇따르고
있는 통상책임자의 경고성발언과 정책보고서에서 드러나고 있다.

클린턴행정부는 지난 6일 의회에 제출한 96회계연도 예산안에서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등 10대 BEMs에 대한 시장개방압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미키 캔터 미무역대표부(USTR)대표는 방미중인 공노명외무장관에게 한국의
통신장비시장 개방확대를 요구했고 샬린 바셰프스키부대표는 "한국인 소시지
육류등에 대한 위생검사를 구실로 교묘히 수입장벽을 높이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는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대변했다.

월스트리트저널등 유력지들도 농산물 컴퓨터소프트웨어부문등 양국간 통상
마찰이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며 연일 주요뉴스로 보도하고 있다.

통상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불거져나온 말들은 새롭지도 위협적이지도
않은것이라고 잘라말하고 있다.

북한의 경수로원전 건설비용의 대부분을 한국이 부담하는 마당에 미국이
통상문제로 다그칠 형편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또 협상과정에서 의례 오갈수 있는 말에 지레 겁을 먹는등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주미대사관의 이승훈상무관은 "일부 실무자들이 비공식적으로 통상문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이는 오는 4월말 금융서비스,지재권분야등 불공정관행국
지정시한을 앞둔 미국의 세몰이 작전일것"으로 보고있다.

통상관련 의회청문회에 단골로 등장하는 라몬 마크스변호사 역시
"미국의 대한통상압력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을뿐더러 명분도 약하다"고
단언하고 있다.

마크스변호사는 또 "클린턴행정부와 의회는 북핵문제해결에 한국의 협조를
받아야할 입장인데다 미국내에서 월등히 잘팔리는 상품도 없다"며 "협상
파워는 한국측에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결국 미국이 최근 거론하고 있는 문제들은 갑자기 불거져나온 쟁점이
아니며 반덤핑등 무차별적으로 압력을 가해오던 미국의 과거 협상자세와 비교
요즘의 분위기는 오히려 크게 누그러졌다고도 볼수 있다는 지적이다.

< 뉴욕=박영배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