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윤 통상산업부장관은 오는 12일 5일간의 일정으로 미국으로 첫
통상외교를 떠난다.

공로명외무장관에 이은 박장관의 방미는 한미통상관계에 이상기류가 형성
되는듯한 분위기여서 관심을 끌고있다.

한미간에 걸려있는 통상현안은 크게 보면 세가지다.

자동차 수입확대,지적재산권 보호,식품유통기한등을 포함한 농산물
수입통관및검역문제등이다.

최근에는통신시장이나 금융시장개방확대가 산발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측은 현재 8%인 수입승용차(HS8703)관세를 2.5%로 낮추고 검사
간소화을 요구하는등 수입개방확대를 바라고있다.

미국은 작년 10월2일 수퍼301조지정 발표때 한국의 자동차시장관행을 앞으로
협상을 계속해야 할"관심관행"으로 지정했었다.

지적재산권보호와 관련,미국은 한국을 "우선관찰대상국(PWL)"으로 지정했다.

이는 협상이 결렬될 경우 보복할수있는 우선협상대상국(PFC)보다는 나은
것이다.

우선관찰대상국은 협상이나 보복조치의무가 없는 편의상 분류이기때문이다.

중국은 우선협상대상국으로 미중무역전쟁을 야기할 뻔했다.

미국은 작년 9월13일 무역실무회의에서 한국이 미국상표보호를 위해 제시한
개선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었다.

그러나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임에는 틀림없다.

농산물수입통관및 검역문제와 관련,미육류업계가 한국의 식품위생전반에
대해301조 청원을 했다.

미행정부는 이에대한 조사개시결정도 내려놨다.

외형적으론 한미간에 가장 촛점이 되는 현안이라고 할수있다.

문제의 발단은 보건복지부가 작년3월22일 냉동된 수입소세지를 열처리된
것으로 판정,유통기한 30일을 적용해 이미 유통중인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고
통관을 보류한 때문이었다.

미육류업계는 이와관련,냉동 가열된 소세지의 유통기한을 30일에서 1백
80일로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었다.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않았으나 식품의 유통기한을 정부가
직접 정하지 않고 업계자율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중(조일호농림수산
부차관보)이다.

박재윤통상산업부장관이 오는 12일부터 16일까지 미국을 방문하면 미통상
관계자들이 이문제들를 집중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분야는 이와 별도로 미국이 계속해서 개방확대를 요구하고있다.

통산부는 그러나 이들문제가 어느날 갑자기 떠오른 돌출현안이라기 보다는
그동안 꾸준히 거론돼온 지속사안이라며 양국관계를 냉각시킬 만한 핫이슈가
새롭게 부각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장관도 이번 방미중 양국간의 신뢰쌓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서도 양자협상에 주력하고있고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자동차 철강분야에 대한 개방압력을 강화할
예정이어서한국도 언제든지 공세의 타켓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실제 그렇게 돼가는 양상이다.

특히 미국은 한국을 "믿지 못할 나라"로 평가하고 있어 향후 통상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바셰프스키미무역대표부(USTR)부대표는 지난 2일 하원무역소위에서 한국의
시장개방이 더디다고 비난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자에서 양국간의 관계가
수년내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미키캔터대표는 6일 공로명외무장관에게 미AT&T사가 최근 개발한
전자교환기 5-E2000의 한국내 입찰참여를 막은 것을 비난하고 나섰다.

식품위생자동차 지적재산권등 "지속사안"외에도 껄끄러운 문제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이때문에 통산부가 한미관계를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 대한 한국의 관심사항은 양국간 산업협력확대, 한국산컬러TV에 대한
반덤핑연례재심외에 담배양해록의 개정이다.

담배양해록을 개정,외국담배에 대한소비세(값당 4백50원)와 광고를 한국이
신축적으로 조정할수있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박장관이 이번 방방외교를 통해 한미관계를 더 돈독히 할수있을지,아니면
개방압력만 받고 빈손으로 돌아올지 주목된다.

(고광철기자) * 표하나 있음.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