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이 함께 볼수 있는 비디오가 별로 없다""비디오 등급분류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비디오 심의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소리가 높다.

공윤의 현행 관람등급을 바탕으로 비디오를 선택하기가 겁난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여규정을 지키지않는 비디오 의 무성의까지 더해져 비디오팬
들의 선택폭은 더욱 좁다.

공연윤리위원회(위원장 김동호)는 지난해 4월 비디오물 관람등급을 종래
의 청.적색 2가지에서 녹.청.황.적의 4가지로 세분화했다.

연소자관람등급인 청색테이프의 경우 종전에는 글자로 "고등학생이상.
중학생이상 관람가"등을 표기하던 것을 알기쉽게 색깔별로 구분한
것이다.

이에따라 녹색띠는 연소자(만18세미만)관람가, 청색은 중학생이상,
황색은 고등학생이상, 적색은 연소자관람불가를 각각 나타낸다.

또 앞으로는 어린이영상물에 대한 "청소년자문심의위원회"도 구성,만화
영화의 관람등급도 4가지 색깔로 세분화해 심의키로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비디오대여점에 나와있는 비디오의 70%가량이 청색과
적색의 두 종류로만 나뉘어진 것이고 네 가지로 구분된 것조차 실제내용과
심의기준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다.

도대체 왜 이런가.

어째서 청소년들이 봐도 괜찮을 듯한 비디오는 관람불가, 곤란할 듯한
것은 버젓이 관람가의 등급이 매겨지는가.

현재 공윤의 비디오 심의원칙은 크게 다섯가지. 범죄및 폭력과 관련된
사회정의, 선정정도에 따른 음란성, 특정종교를 미화 또는 비방하는가의
여부, 교육자를 비방하는지 여부, 기타 사회통념등이 그것.

이 기준에 따라 수입가부를 결정하는 수입심의와 수입통과여부및 관람
등급을 정하는 본심의가 진행된다.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수입심의 6명, 본심의 6명등 모두 12명으로 구성되는 비디오심의위원회의
업무량이 너무 많은 것이다.

지난해 심의된 비디오물은 총3천9백여편.한달평균 3백편이상을 심의한
셈이다.

본심의의 경우도 1천4백편을 넘게 심의해 한달에 1백여편을 처리해야
했다.

각계 전문인사가 심의위원으로 위촉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처럼 과다한
심의량이 낳을 결과는 불문가지다.

결국 공윤은 내부상근자 3명으로 구성된 전문심의위원회를 두어 이곳에서
나온 의견서를 바탕으로 본심의를 진행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렇다면
1명이 연간 1천3백편의 비디오를 심의했다는 결과가 된다.

비디오심의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져있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지존파사건처럼 커다란 사건이 생기면 심의기준이 변한다.

단순히 성애장면이나 폭력장면이 몇번 등장했는가가 심의의 가장 큰
기준이되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전체작품의 수준이나 의도는 무시된채 기계적인 판단에 따라 필름이
잘리고 재편집되어 관람등급이 결정된다.

비디오심의에서 중요한 것은 청소년층이 관람해도 될 내용인가이지 결코
평론가가 정하는 좋은영화인가의 여부가 아니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
이다.

이와 관련, "으뜸과 버금" "영화마을" 등에서 나오는 비디오관련 정보
서비스가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정보영상교육"이라는 교육용비디오대여점이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단순히 공윤의 심의등급을 선택의 준거로
삼는 차원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비디오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