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인유통이 코오롱그룹에 매각된 것은 국내 편의점업계가 대기업그룹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구조재편기에 들어섰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국적인 다점포망구축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기반이 확보될 때까지는
무한정의 투자가 요구되는 편의점의 특성상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이
버텨내기는 한계에 도달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LG그룹의 LG25 동양그룹의 바이더웨이 미원그룹의 미니스톱 등
대기업그룹계열과 로손 세븐일레븐 써클K 등 중소기업군으로 양분되던
편의점업계가최근 1년새 롯데 진로 등 대기업이 참여하며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기업형 편의점이 매각된 것은 작년 6월 국내 1호 편의점이었던
세븐일레븐이 롯데그룹에 인수된데 이어 태인유통이 두번째다.

태인유통의 매각은 로손이 점포수 2백89개의 업계 3위 업체였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준다.

태인유통은 지난 89년 2월 미 데어리마트사와 제휴,자본금 40억원으로
설립됐다.

모기업은 양산빵업체인 샤니.

태인유통은 설립 6년여만에 선두그룹 진출에 성공했지만 그과정에서
누적적자가 2백억원에 달할 정도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어온데다 무리한
점포출점으로 심한 후유증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맹점위주로 출점해온 타업체와는 달리 직영점이 전체 점포의
70%에 달해 본사의 투자부담이 더욱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사주인 허영인회장(코오롱그룹 이동찬회장의 매제)이 대치동 개발사무소
건물등 40억원 규모의 개인재산을 출연해가며 회생시키려 했지만 작년말
부터 거래처에 대한 대금결제가 늦어지고 어음할인이 힘들어지며
매각설에 휘말리는 등 역부족이었다.

업계에서는 코오롱그룹의 로손 인수로 올해 9천억원으로 추산되는
편의점시장에서 대기업들이 본격적인 별들의 전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정보통신사업과 함께 유통업을 그룹의 주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치열한 시장경쟁은 물론 업계의 판도변화까지 예상된다.

무자료거래 등 아직까지 정비되지 않은 국내 유통환경 등으로 편의점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일본 미국 등에서 이미 검증된대로 지속적인 투자만
계속된다면 선진형 유통업태로서 시장전망은 밝다는게 대기업들의
판단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기업들은 끊임없이 매각설에 휘말리고
있어 대조를 보인다.

김점욱 편의점협회 전무는 "편의점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일정규모
까지는 많은 투자가 요구되는 업종"이라며 "향후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