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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이 전환기를 맞고있다.

국내적 요인도 그렇지만 내년도 OECD가입을 앞두고 증권시장 제도와 관행을
세계화해가야 한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백원구 증권관리위원장(감독원장 겸임)을 만나 올한해 우리증시의 진로와
과제를 들어본다.

(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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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4일 감독원장으로 연임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증권시장 관리책임을
맡고 계신데 올한해 감독원의 업무방침은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증권시장의 세계화라고 할수 있읍니다. 이문제는 단순한 슬로건
은 아닙니다.

개방이 가속화되고 있고 우리증시의 세계시장 편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제도와 관행을 모두 세계표준에 맞도록 고쳐가야 한다는 겁니다"

-요즘 주식시장은 어떻게 보십니까. 시장이 왜이렇게 힘이 없읍니까.

"국내외의 복합적인 요인이 한꺼번에 작용한 것으로 봅니다. 공급도 과대한
면이 있고 멕시코사태와 국제고금리가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읍니다.

싫든 좋든 국제적인 상호 영향력이 커져 있고요. 그러나 무엇보다 국내
금융시장의 핍박상태가 주가를 끌어내렸다고 봐야할 겁니다"

-최근엔 다소 진정되기는 했지만 증시붕괴의 위기감까지 감돌았던게 바로
어젠데요.

주가하락을 막기위한 대책은 없읍니까.

"다행히 증시가 최근에는 나름대로 자율적인 탄력을 얻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증관위에서도 가능한한 공급물량을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계획입니다.

대규모 기업공개를 가능한한 뒤로 늦추는 방법도 고려할수 있겠지요.
올해 공개규모는 지난해 수준으로 묶을 생각입니다.

다만 주가가 오르내릴때마다 부양이나 규제대책을 내놓는 대증요법식
처방은 곤란하다는 것이 제생각입니다"

-감독원의 기본적인 기능으로 불공정매매 방지를 들수있겠읍니다.
지난해에는 일년내내 작전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다시피했고 증권사
일선 지점장들은 작전이 없으면 아예 영업이 되지 않을 지경이라고
말하는데요.

"감독원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것도 사실입니다. 올해는 불공정매매가
인지되면 즉시 조사인력을 집중투입하고 2개월내의 단기간에 조사를 끝낼수
수 있도록 "조기대응체제"를 구축합니다.

내부자 거래 역시 중요한 불공정 거래인만큼 상장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내부정보관리 시스팀을 구축하도록 유도할 계획입니다.

거래소와는 매매심리 단계에서부터 정보를 교환하고 시세조종은 초동단계
에서 근절시킬 생각입니다"

-불공정 매매가 많아지는 것은 정보가 제때에 그리고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것입니다.

일반투자자들이야 불빛도 없는 깜깜한 밤중을 헤메는 것과 다를바 없지
않읍니까.

"그동안 증권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기업공시등에서 상장기업에게 많은
혜택을 주어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투자자 보호에 중점을 두어야할 시기라고 봅니다. 예를들어
현재 반기별로 재무제표를 공시하는것을 분기별로 바꾸는 문제도 장기과제로
검토하고 있읍니다.

각종 공시를 불성실하게 하는 기업에게는 회사채발행등에서 불이익도 줄
방침입니다"

-기업공시중에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이 결산보고서일텐데요. 아직도 부실
회계처리가 많고 재무제표의 신뢰성도 문제 아닙니까.

감독원이 1년동안 재무제표 감리하는 것도 전체 감사보고서의 10%밖에
안되지 않읍니까.

"현재의 구조와 인원으로 전체 감사보고서를 모두 감리하는 것이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중대한 분식회계를 한회사는 임원해임 고발 유가증권 발행
제한등 엄중한 재제를 가할 방침입니다.

분식결산을 묵인한 공인회계사에 대해서도 직무를 정지시키는등 예년과
다른 강한 조치를 취할 생각입니다.

기술적 문제입니다만 반기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된 회사, 재고자산이 과대한
회사, 특수관계자에게 자금을 과다하게 대출한 회사등을 집중 감시하도록
이미 지시해 두고 있읍니다"

-기업회계처리의 세계화도 빼놓을 수없을 텐데요. 지난해 국내 모대기업이
미국증시 상장을 추진했을때 회계처리에 자신이 없어 상장을 포기했다는
말도 있지 않았읍니까.

"우리의 회계제도가 한순간에 미국수준을 따라 가기에는 기업들의 부담도
클 것입니다.

그러나 더이상 기업 편의위주의 회계제도를 끌고 갈수도 없읍니다. 연결
제무 제표작성은 이미 정착단계에 들어섰고 해외의 종속회사를 포함해
제무제표를 작성하는 문제도 지난해 이미 회계기준이 개정되어 내년
결산싯점부터는 시행할 예정입니다.

재무제표를 국제간에 쉽게 비교할수 있도록 회계기준을 폭넓게 개정하는
것이 올해의 과제입니다.

이미 자료수집은 끝난 단계고 구체안을 만들고 있읍니다"

-정부는 꾸준히 대기업 소유분산 대책을 추진하고 있읍니다. 그러나
증시에선 주식대량소유 제한이 풀리면서 창업자들로부터는 경영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소유집중의 완화를 추진하는 것과 대량소유 제한을 풀어 기업매수합병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일면 상충되기도 하는데요.

"기업은 복잡한 이해관계자가 있기때문에 매수합병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증관위에서는 대량주식취득 신고내용을 정밀 검토하는등 제도의
운용을 통해 기업주들이 소유분산에 적극적일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예정
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기관투자가들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기관투자가들이 투자
수익과 사회적 공익간에 원만한 조정역을 해낼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감독원의 임무라고 봅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기업내부 감사제도의 확립등 제도도 따라가야
할텐데요.

이와관련해 상법개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읍니까.

"감사임기를 3년으로 연장하고 임시주총 소집요구권을 부여하는등
개정상법안이 이미 마련돼 있읍니다.

이외에도 상장법인에 대해 상근감사제를 도입하고 감사 실시기준을 제정
하는등 제도의 보완을 검토하고 있읍니다"

-증권산업 규제완화는 예정대로 추진되는 겁니까. 금융산업 개편논의는
많았지만 증권계가 소외되어있다는 업계의 항변도 있는데요.

"사실 은행의 경우 거의 모든 업무가 완전히 열려 있읍니다. 이에반해
증권사들이 업무를 다양화할수 있는 길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달중으로 증권사들의 자산운용준칙 개정안을 확정해 증권사들이 피부로
느낄수 있는 규제의 완화를 추진할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