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배 < 뉴욕 > ]]]

"선진포고는 했지만." 사상 최대의 대중무역전쟁을 선포하는 미키
캔터 미무역대표부(USTR)대표의 표정은 자못 심각했다.

대회전을 앞둔 총사령관의 의지가 번득이는 듯 했다.

먼저 스카프에서 셀룰러폰에 이르는 35개 제품군에 대해 1백% 보복관세를
부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어 분쟁의 발단이 된 컴퓨터소프트웨어등 지적재산권문제가
계속 방치될 경우 더욱 강력한 조치를 발동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번 칼을 빼든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그런 한편 캔터대표는 보복조치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참을만큼
참았다"는 인상을 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국제여론을 겨냥한 것임은 물론이다.

여하튼 이번 중국에 대한 보복조치가 일단은 미국조야의 호응을
얻고 있다.

왜냐하면 중국은 미국이 가장 다루기 힘든 나라라는 생각이 고정관념처럼
박혀있어 차제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대미무역에서 연간 3백억달러 가까운 흑자를 내고,미국이 요구하는
인권상황개선은 전혀 외면하는 중국이 알밉기까지한 것이다.

미국의 자존심을 짓밟았다고 분개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클린턴대통령 역시 취입초 대중관계를 언급하면서 "부시대통령이
중국을 너무 싸고 돌았다"고 비판했지만 그런 자신도 어쩔수 없이
중국에 대해 최혜국대우기간을 연장해 주기도 했다.

클린턴행정부는 보복관세라는 전가의 보도를 빼들었지만 고민 또한
이만저만이 불일정한 중국의 정치상황때문이다.

등소평이 위중한 마당에 어느 누가 책임지고 협상을 하려 나서겠는가.

중국은 6일 일단 협상카드를 내밀었지만 그 실효성은 두고볼 일이다.

중국관리들은 천안문사태 당시 타협과 협상을 벌인 사람들이 매국노로
몰려 비판을 받은 사실을 아직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탓이다.

또 하나는 미국내 압력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벌써 중국의 싼 제품에 길들여져 있다.

전국 체인인 K마트 월마트등 어디를 가도 중국산일색이다.

제조업체들의 압력도 만만찮다.

당장 중국에서 들여오는 값싼 부품들이 막히면 생산에 지장을 받는다.

게다가 중국의 공룡시장을 노리는 포드자동차등 투자업체들도 미조치에
당혹해 하고 있다.

선전포고는 했지만 답답하기만한 미국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