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와 첨단의 만남".

영화 쥬라기공원을 평가할 때마다 등장하는 말이다.

쥬라기 공원에 등장한 공룡들은 첨단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가짜
공룡들.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던 이야기가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이같은 첨단 기술은 영화뿐 아니라 우리 생활속에 파고들고 있다.

세계 전자업계를 흥분시키고 있는 첨단 멀티미디어 게임기가 바로 그것
이다.

세계 게임기 시장은 아직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다이아몬드 광산"
이다.

세계 시장규모는 오는 96년 주변기기를 포함해서 4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 실리콘벨리와 일본업체들의 경쟁은 바로 이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이라고도 할수 있다.

이분야에서 최근 가장 앞서 가고 있는 회사는 다국적 기업인 3DO사이다.

미국 게임소프트웨어 제조업체인 일렉트로닉아트사, 영상미디어업체인
타임워너사및 MCA사, 일본 마쓰시다사, 미국 AT&T사등 7개 전자 정보통신
업체들이 출자해 만든 이회사는 지난해 32비트 첨단 게임기를 세계시장에
공급해 게임기 고성능시대를 열었다.

3DO사가 세계 시장에 내놓은 제품은 원음에 가까운 음질과 3차원의 입체적
화면을 빠른 속도로 즐길수 있는 멀티미디어 게임기.

이 제품이 공급되면서 기존 16비트 게임기는 시장에서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방대한 시장과 고부가가치적 특성, 첨단 기술개발 유인효과에 착안한 전자
업체 영화업체 통신업체들의 컴퓨터 게임시장진출도 두드러지고 있다.

소니 도시바등 전통적인 거대 전자기업들, 원트디즈니 파라마운트등
영화사, 벨 아틀랜틱등 통신업체들이 앞다퉈 게임시장을 넘보고 있다.

이들은 상호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서로 강점을 지닌 첨단기술을 결합, 미래
멀티미디어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겨냥하고 있다.

멀티미디어서비스가 본격화될 경우 가장 많은 이용자가 몰릴 시장을 선점
하기 위한 것이다.

전자 통신 영상이 결합된 차세대 멀티미디어 주도권 싸움의 전초전으로
세계 컴퓨터 게임시장이 달아오르는 것이다.

이에 맞서는 세가사와 닌텐도사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세계 게임기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해왔던 두회사도 최근 32비트형
제품을 내놓고 수성작전에 돌입한 것.

세가사는 "새턴"과 "버추얼 파이터"를, 닌텐도사는 "버추얼 보이"라는
3차원 게임기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게임기 시장의 새로운 흐름은 가상현실.

컴퓨터 그래픽과 동화상전달기술을 이용한 가상현실은 이용자가 게임의
주인공이 돼 그래픽 처리된 인물들과 경기를 벌인다는 점에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같은 가상현실 게임기도 지난해말부터 본격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게임시장을 둘러싼 거대기업들의 각축은 크게 보면 멀티미디어시장 싸움
이다.

CD를 이용한 이 게임기들은 전자오락뿐아니라 영화감상 음악감상등을
모두 즐길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종합 멀티미디어기기인 셈이다.

일본 정부가 게임기산업육성을 위해 전문인력양성 세제지원등 각종 지원책
을 펴고 있는 것도 이와같은 맥락이다.

바로 멀티미디어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가적인 전략이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