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간의 "무역전쟁"이 국내 산업에 엇갈린 명암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미중 양국의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기업의 중국을 통한 대미
우회수출이 어렵게 될뿐만아니라 중국내 경기하락으로 대중투자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대미직접 수출품목중 미국의 대중보복관세
대상인 플라스틱제품및 목제인형 낚싯대등의 대미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말 현재 1천8백95건의 대중투자중 직간접적으로 대미수출에
나선 기업은 LG전자(금성사) 문화연필 숭덕상사 청도실업 (주)코오롱
(주)갑을등 1백여개사.

중국내에서 신발 전자 플라스틱제품 의류등을 생산, 현지판매 또는 미국
유럽 동남아등지에 수출하고 있는 이들 대중투자업체들은 이번 사태로 현지
생산제품의 판로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미국이 이들 대중진출업체의 제품도 중국산으로 분류, 보복관세를 물릴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또 국내 기업의 대중신규투자가 줄어들고 중국의 경기악화로까지
이어질 경우 기존 대중투자 사업여건이 크게 나빠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반해 삼성물산과 현대종합상사 (주)대우 (주)선경등 종합무역상사와
수출업체들은 대미수출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주)선경의 한 관계자는 "이번 양국의 무역분쟁으로 중국과 경합관계에
있는 전자제품과 섬유 신발등의 부문에서는 일부 반사이익을 얻을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품목별로는 그동안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낮았던 편직제의류와 혁제의류
가죽.모피제품 신발등의 대미수출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한무역진흥공사 황민하과장)

다만 업계는 미중간의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더라도 올해 대미수출은 지난해
(1백95억달러)보다 5% 가량 증가한 2백5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 중국제품이 "저가상품"시장을 점하고 있는 상태여서 미국이
중국상품에 대해서 1백%의 보복관세를 물리더라도 우리나라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오히려 우리 제품보다는 상대적으로 저가제품을 생산하는 멕시코와 태국
홍콩등의 기업이 중국이 빠져나간 미국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는 미중간의 무역분쟁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 못지않게 향후 한미
통상협상에 끼칠 영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대중 "강경"자세를 한미통상협상에 그대로 적용하려들 경우 대미
수출에 나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한미통상협상때 합의했던 개방일정을 앞당겨 시행에 옮기라든지,
미국상품의 지적재산권보호조치를 요구하는등의 방법으로 대한개방압력을
강화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일부 재계 관계자는 "미업계는 겉으로는 이번 보복조치를
지지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유예기간중에 타결되기를 희망하고 있는것 같다"
고 분석하고 "미중 양국이 모두 체면을 유지하면서 실속을 채우는 선에서
타결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양국의 무역분쟁이 "예측불허"상황으로 빠져들자 국내 기업들은
양국의 무역분쟁 추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중지사에 사태추이를 수시로 보고토록 지시하는등 양국 무역분쟁정보
수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재계는 미중간의 무역분쟁이 <>오는 26일 이전에 타결될 가능성과 <>향후
미국의 대외무역정책 변화 <>미국의 대한개방압력 <>국내 기업의 반사이익
등의 분석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양국의 분쟁이 당장은 우리 산업에 긍정반 부정반의 효과를 줄 것이지만
6개월 이상 장기화될 경우 국내외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김영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