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청천"신드롬이 한창이다.

KBS2TV가 매주 금요일밤 10시에 방영하는 대만사극 "판관 포청천"이 최고
43.6%의 시청률을 기록한데 이어 매번 시청률순위 5위안에 들면서 방송가는
물론 일반인들사이에서조차 "포청천신드롬"을 낳고 있다.

SBS가 19일부터 매주 일요일밤 "칠협오의"라는 비슷한 프로그램을
내보내고자 할 정도.

"칠협오의"는 대만의 CTS가 지난해 "포청천"후속으로 제작해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포청천"바람은 출판시장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미래사가 지난해 12월 출간한 "소설 포청천"(전4권)을 선두로 현재 모두
5곳에서 내놓고 있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비디오로도 이미 출시됐다(영성프로덕션).

"포청천"이 이처럼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사회상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사의 박선욱편집장은 "공무원들의 관료주의적 행태와 최근의 각종
대형비리사건들로 인해 상처입은 사람들이 부패한 관리들의 횡포에 맞서
청렴과 기개를 지켜나가는 "포청천"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비디오홍보를 위해 내한했던 "포청천"의 주인공 대만배우 김초군(45)
도 "탐관오리가 생기면 나라가 발전하기 어렵다는 평범한 진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것이 인기의 비결인 것같다"고 전했다.

사실 "포청천"의 경우 내용 자체가 그렇게 신선한 것은 아니다.

중국 송나라때를 배경으로 권선징악이라는 고전적인 형식을 그대로 차용
하고 있다.

보통무협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포청천의 추리가 치밀하다는 사실 정도.

그럼에도 이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은 이 드라마가 복합적인
요소를 지닌 때문으로 풀이된다.

KBS의 김광태편성차장은 "정의,사랑,무협등 소재의 다양성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받은 것같다"면서 "동양적인 정서가 시청자들의 피부에 닿은 것도
인기요인인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디어서비스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이 드라마의 시청자는 전체
연령층에 고루 분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캐릭터도 시청률을 높이는데 적잖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전소역을 맡은 하가경의 수려한 용모와 뛰어난 무예솜씨는 여성들의
주요 관심대상이 되고 있다.

KBS는 "포청천"의 인기가 계속되자 총236편중 지금까지 방영한 30편외에
나머지를 추가수입, 방영기간을 내년8월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