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물의 무늬나 도안에 대한 저작권보호여부를 둘러싸고 법원들이 서로
엇갈린 판결을 내려 혼선을 빚고 있다.

서울민사지법 합의22부(재판장 양삼승부장판사)는 3일 미국의 직물 제조.
판매회사인 코빙톤 파브릭스사가 대한방직(대표 정경윤)을 상대로 낸 저작
권 침해금지소송에서 "미적 창작성이 있는 직물디자인은 저작권 보호 대상
이 된다"며 코빙톤사에게 승소판결을 내렸다.

반면 형사지법 항소6부(재판장 양태종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코빙톤사가
저작권법위반혐의로 대한방직을 고소한 사건에서는 "저작권 보호를 받을수
없다"며 1심의 유죄판결을 깨고 대한방직에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건의 핵심 쟁점은 직물도안이 저작권 보호를 받는 회화,서예,응용미
술작품등과 같은 미술저작물에 포함되느냐의 여부.

합의22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직물디자인들은 꽃무늬등을 여러가지 색
채로 표현하고 이를 적당하게 배열하는등 사람의 지적.문화적 창작이 들어
간 예술에 속할 뿐아니라 저작자의 노력이 깃들여진 창작저작물로 인정된
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대한방직은 코빙톤사의 직물디자인과 동일한 디자인이
인쇄돼 있는 직물을 제조,판매,수출할 수 없다"고 판시.

그러나 형사지법 항소6부는 정반대의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코빙톤사의 도안이 직물의 기능과 분리해 식별할수
있을 정도로 예술적 특성이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볼수 없다"며 코빙톤사
의 주장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이어 "도안등 응용미술이 산업분야에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무분별하게 저작권법으로 보호할 경우 산업계에 혼란을
끼칠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저작권전문가들은 "선진국은 상업용 디자인도 저작권 보호대상
에 포함시키고 있다"며 "코빙톤사의 직물디자인의 예술적 창작성을 어떤 기
준에서 바라보느냐가 앞으로 전개될 상급심 판결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
망했다.

국내업계는 외국사의 직물디자인의 저작권을 폭넓게 인정할 경우 국내 직물
업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한방직은 지난 92년 8월부터 93년 2월까지 코빙톤사가 저작권을 가진 직
물도안 "르데지레"등을 사용,원단 2만m(싯가 3천4백만원)를 생산해 고소등을
당했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