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진 의료개혁을 둘러싼 의정 갈등은 국내 의료계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했다. 의대 학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로 의대 교육은 사실상 마비됐다. 이 사태가 지속된다면 의료 인력 공백이 발생해 그 피해가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다.이 같은 위기 속에서 의학교육계는 학생 복귀를 위해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되돌리는 결단을 내렸고, 정부도 지난 7일 여기에 뜻을 함께하기로 해 학생 복귀를 통한 의대 교육 정상화에 한목소리를 냈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의료인은 단순한 직업인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숭고한 사명이 필요하다. 예비 의료인으로서 주어진 책임을 다하려면 교육에 참여하는 게 우선이다. 이미 1년이 지난 만큼 이제 미룰 수 없는 문제다. 어려운 여건에도 대학은 모든 역량을 투입해 학생 복귀에 대비했다. 남은 것은 학생들의 결단뿐이다.학생 복귀가 계속 지연된다면 의료 공백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도 고민해야 한다. 이미 지난해 신규 의사 배출이 중단된 데다 학생들이 지금 복귀하지 않는다면 올해도 신규 의사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의료 현장의 인력 부족으로 국민 불편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이런 현실을 방치할 수 없다.시스템을 지키기 위한 정부와 대학의 절박함이 확인된 만큼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추가 방편을 취할 수밖에 없다. 정부·대학은 의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비상조치로 편입학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며 학생들의 복귀를 최우선 독려해야 한다. 그러나 끝내 복귀하지 않는다면 더 적극적인 대응이 불가피하다. 최선의 노력을 다
행정사무 감사의 계절이 다가오면 서울시의회는 양손에 분홍색 보따리를 쥔 사람으로 넘쳐난다.15년 전, 초선 서울시의원으로 그 수상한 ‘분홍보자기’를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영락없이 떡집 보자기인 줄 알았다. 그러나 분홍보자기 속에 들어있는 건 떡이 아니라 방대한 문서였다. 서울시와 서울교육청의 한 해 살림을 점검하기 위해 검토해야 할 어마어마한 양의 문서가 보자기에 가득했다. 상당한 양의 출력물을 운반하기엔 보자기만 한 게 없었다.비단 행정사무 감사 때만이 아니다. 서울시의회는 매일이 종이와의 전쟁이다. 보고를 받을 때도, 회의를 할 때도 언제나 종이가 따라온다.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15년 가까이 당연하게 지켜봐 온 그 장면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 순간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친환경 조례를 논의하기 위해 수십, 수백 장의 종이를 써서 회의자료를 만들고, 인공지능(AI)시대 스마트 의정 혁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일일이 책장을 넘겨 정보를 살피는 모순된 현실이 불편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지난해 말 신년 계획을 세우며 우리 의회도 종이 문서를 조금이라도 줄여보자고 제안했다.우려도 있었다. 일에도 관성이 있다. 하던 일을 더 하는 건 자연스러워도 하던 일을 덜 하거나 안 하려면 부담이 따른다. 일의 뺄셈에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일단 당연하게 해오던 일들을 낯설게 살피며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고 결정했다.의회 사무처 각 부서의 종이 사용 현황을 조사했다. 그리고 당장 줄일 수 있는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 살폈다. 의원수첩은 모바일로, 매년 발행하던 법규집은 격년제로 바꾸기로 하는 등 절감 계획을 통해 올해만 인쇄물 8000부
살아보니 인생은 의외로 길면서도 짧고 가늘면서도 굵은 것이었다. 굵고도 짧고 화끈하게 산 사람들의 호쾌한 인생도 있겠지만 가늘고도 길고 초라하게 살아온 나의 인생. 어느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걷던 이웃들이 한 사람 두 사람 보이지 않으니 당황스러운 일이다.그러하다. 나의 인생은 이제 적막한 인생이고 어둠의 인생이고 내리막 인생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나는 가늘고도 길게 살아온 나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과연 인생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성공한 인생이란 어떠한 인생인가, 새삼스레 생각해볼 때가 있다.그 별이 날 여기까지 이끌었다평소 나는 젊은 친구들에게 말해왔다. 성공한 사람이란 청소년 시절 가진 꿈을 늙은 사람이 되도록 잃지 않고 간직하면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평생을 노력하는 사람이고, 또 늙은 사람이 되었을 때 청소년 시절 자신이 꿈꾸던 자기 모습을 만나는 사람이라고!나는 비록 능력과 조건이 부족하여 화려하거나 힘 있게 살아오지 못하고 가늘고도 길게 살아온 사람이다. 하지만 내 나이 열다섯에 가졌던 꿈을 이 나이가 되도록 하루도 잊지 않고 산 사람이다. 시인이 되는 꿈인데 시가 무엇이고 시인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다만 시를 쓰리라, 시인이 되리라, 어린아이의 만용이 이제껏 지속되고 있음을 보면 참으로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적어도 나에게는 인생에 대한 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누가 가지라고 해서 가진 별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따라서 흉내 내기로 가진 별도 아니다. 오로지 나 혼자만이 능동과 다짐으로 가진 별이다. 그 별이 나를 오늘 여기까지 이끌고 왔다고 생각한다.사람이 일평생 살면서 자기의 별을 갖는다는 건 참으로 중요하고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