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종서 <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 정치의 세계화 (상) ]]]

세계화는 3개의 "개념"과 하나의 "전제"로 구성된다고 생각한다.

개념이 세계화의 의미 내지 내용이라면,전제는 세계화 달성의 조건이다.

첫째의 세계화 개념은 대외진출이다.

우리나라 우리국민이 외국에 널리 진출하여 외국인과 경쟁해서 이겨야
한다.

한편으론 그들과 협력해서 서로 이익이 돼야 한다.

둘째는 한국을 외국에 개방하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 위상이나 국제여건상 일방적인 대외진출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나라를 개방해서 외국.외국인을 들어오게 해야 한다.

그들과 공정하게 경쟁해서 역시 이겨야 하고 그들과 협력해서는 서로
이익이 돼야 한다.

셋째는 우리 사회 우리국민의 선진화다.

세계화는 세계 수준, 세계적인 것을 의미한다.

싱가포르가 세계적이라고 하면 그 도시가 선진국 대도시수준으로 모든 것이
발달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화란 이처럼 대외진출 대외개방 선진화등 3개의 개념을 포함한다.

대외진출이나 대외개방에서 외국과 경쟁하여 패하면 결코 세계화가 못된다.

조선조가 외국에 개방됐었으나 외국과의 경쟁에서 못이겨 결국 나라가
멸망하지 않았는가.

세계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키 위해서는 "한국화"가 전제돼야 한다.

한국화 없이 세계화에 뛰어들어 나라를 개방하고 대외경쟁에 나서면 이기기
어렵다.

패하면 약육강식의 정글법칙이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 그대로 국가가 분해
되고 만다.

한국화란 세계화의 준비태세다.

여기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의식의 한국화, 즉 민족주의에 의한
국민적 정신무장이다.

국제화 개방화 세계화를 외치면서 민족주의를 말하는 것은 모순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민족주의야 말로 세계화의 전제이자 무기요 전략이다.

민족주의는 약소국이 강대국에 맞서 살아남을수 있는 생존논리이자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계속하면서도 우주공간으로 흩어져 소멸되지 않는
것은 급회전에서 오는 원심력에 상응하는 강력한 자체 구심력 때문이다.

세계화가 분리지향의 원심력이라면 한국화는 수렴지향의 구심력이다.

이 두개의 힘이 균형을 이룰때 안정이 유지되고 세계화도 가능하다.

세계화가 대외진출과 개방화 선진화의 복합개념이라면 정치의 세계화란
무엇인가.

정치에서 대외진출이나 개방은 무의미하다.

따라서 정치의 세계화는 곧 정치의 선진화다.

정치의 선진화는 정치발전을 의미한다.

정치발전은 정치의 민주화와 효율화 국민통합을 말한다.

민주주의의 제도화 정치안정 국가통합 정치참여의 확대 그리고 권력의
정통성도 정치발전의 주요 내용이다.

이런 발전성과의 확보가 바로 정치의 선진화 세계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