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호 < 대우경제연구소 상무 >

금년을 시작으로 5년간에 걸쳐 자본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방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외환제도개혁안에 따르면 95년 1단계, 96~97년 2단계,
98~99년 3단계에 걸쳐 국내기업의 해외자금 조달, 대내외 직접투자,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내국인의 외화 보유및 사용이 대폭 자유화된다.

96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준비하기 위해 이미 마련된 외환
자유화 추진시기도 당초계획보다 앞당겨지거나, 개방분야가 더 추가될
여지도 크다.

자본자유화는 국가간의 자본이동 규제를 완화하여 자본이 비교우위 원칙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본자유화를 추진하면 자금은 생산성이 높고, 유리한 투자기회를
가진 국가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

즉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유발함으로써 생산을 촉진시키고 양국의 후생을
증가시키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자본자유화가 반드시 경제에 좋은 영향만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자본 자유화는 환율 이자율 물가등 거시경제 가격변수들에 대한 통제력을
약화시켜 그 변동폭이 커지게 하는, 즉 위험이 증대되는 부작용을 수반하고
있다.

자본자유화의 긍정적인 이점을 누리기 위해서는 거시경제 안정, 시장의
가격기구기능의 효율화등이 선결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자본자유화는 오히려 일국의 경제를 걷잡을수 없는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

특히 해외자본 유출입이 빈번해지면 우리경제의 안정을 저해하고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대규모 자본유입은 화폐가치 상승, 경상수지 적자, 인플레를 초래하고
토지와 주식 가격폭등 등의 버블현상을 불러 일으킨다.

외국자본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는 것도 외자가 지나치게 유입되는것 못지
않게 커다란 충격을 미친다.

최근의 멕시코 사태가 좋은 본보기이다.

해외자본으로부터 얻을수 있는 수익이 높아지거나, 우리경제의 상태가
악화되면 단기 투자수익을 노리는 외국자본은 빠른 속도로 빠져 나가게
된다.

그 결과 통화가치와 주가등의 자산가격을 폭락시키고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이용하게 한다.

외환자유화의 이익을 최대로 향유하고 부작용을 최소로 줄이기 위해서
정책당국은 경제여건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OECD 제국과 동아시아, 남미국가의 경험에 비추어 볼때 외환자유화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충분한 대비가 갖추어져야 한다.

우선 거시경제를 안정화시킴으로써 인플레 기대심리를 제거하고, 금리를
하향 안정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금리를 해외금리 수준으로 낮추도록 유도하여 단기 투기자금 유입을
억제하고, 금융비용을 감소시켜 환율 절상에 따른 국제경쟁력 약화를
상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소비.투자지출의 삭감, 세율구조 단순화등 재정운용을
건전화해야 한다.

또한 국내저축을 증대시킴으로써 국내경제의 해외자본 의존도를 점차 줄여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해외교란요인에 의한 투기성 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으로부터 야기되는
국내경제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외자유입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외국자본을 차별대우
해야 한다.

자본재구입 혹은 기술개발 자금등의 장기자본 도입에는 우선권을 부여
하고, 단기 투기성 자금의 유입비중은 낮게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

자본재및 시설재 구입 자금및 기술개발 자금은 환율절상과 통화증가에는
미미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오히려 기업의 생산능력을 제고시키고 기술개발
을 촉진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준다.

자본의 과다유입에 의한 부작용은 자본의 유출로 해결해야 한다.

자본유입 자유화와 더불어 자본유출 자유화를 적극 추진하여 유입된 외국
자본이 기업이나 금융기관을 통하여 해외의 생산적인 부문에서 쓰일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중국 동남아 중남미등 개도국의 개발수요가 지속될 것이므로 이들
국가에 대한 해외직접투자를 적극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한편 외환자유화에 따라 많은 양의 외국자본이 국내로 흘러 들어 오면서
원화가 장기간에 걸쳐 절상될 가능성이 크다.

환율이 과도하게 절상되면 수출품의 달러표시 가격이 상승하므로 우리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상당부분 손상된다.

환율의 절상폭은 무엇보다도 유입된 외자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가급적 유입된 외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급격한
원화절상을 억제시켜야 한다.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외자유입액이 많았던 국가가 반드시 높은 환율절상을
경험한 것은 아니다.

태국의 경우는 개방이후 외자 순유입이 국내총생산(GDP)의 4%를 상회했음
에도 불구하고 85년부터 93년까지 환율은 4.3% 절상되는데 불과했고, 대만도
환율절상이 완만하게 이루어지도록 유도하여 개방이후 3년에 걸쳐 환율은
1.7% 절상되는데 그쳤다.

더욱이 종합수지흑자가 GDP의 8%에 근접하였던 말레이시아의 경우 개방
이후 4년에 걸쳐 환율이 오히려 2% 절하됐다.

이는 대다수 동아시아 국가들이 자국통화 가치를 미 달러화에 연동시킴으로
써 명목환율 방어에 주력해 온데 기인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