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은 연초 그룹경영기획실 산하에 "별동대"를 만들었다.

특수임무를띤 베트남실과 중국실이 그것이다.

차장급 2명을 실장으로 10여명의 "의욕있는 젊은 사원"들을 팀원으로
채웠다 이들이 하는 일은 신규사업 발굴.서울 강남에 별도 마련한
사무실에서 지도를 펴놓고 베트남과 중국을 도상여행하는 일로 하루정일
씨름하는게 일과다.

학원에서 베트남어를 배우기도하고 때로는 상해로 직접 날아가기도
한다.

이들 지역에 뿌려 과실을 따낼만한 신규사업의 "씨(시드)"를 찾아내기
위한 정지작업인 셈이다.

이들은 태스크포스멤버인 만큼 그룹회장외에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베트남실과 중국실은 올초 코오롱그룹이 단행한 조직개편의 핵심이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처럼 각 대기업그룹들은 지난해말과
올초에 다투어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방향은 비슷하다.

대외적으로는 세계화 지방화,대내적으로는 슬림화와 원가절감조직신설등을
공통적으로 겨냥하고있다는 점에서다.

각 그룹들은 세계화에 발맞춘 정부조직개편과 지방화시대 개막등
외부환경 변화에 맞춰 발빠르게 회사체질을 바꿔가고 있다.

동시에 조직의 군살을 빼고 탄력적인 조직운영이 가능한 구조로
회사를 슬림화하는데도 분주하다.

전통적인 "부.과"조직을 없애고 "팀"제로 재현하는 것은 보편화된
흐름이다.

기존조직으로 WTO(세계무역기구)체제를 맞는 기업은 "뒤처진 기업"이
돼 무한경쟁시대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절박감이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대기업들의 조직개편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세계화"다.

삼성 LG 대우 그룹등에 이어 다른 대부분 그룹들도 세계화추진 전담부서를
설치했거나 지역별 태스크포스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범세계조직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뉴욕 도쿄 싱가포르 런던등지의 해외본사를 올초 본격가동했다.

영국 윈야드,멕시코 티후아나,중국의 천진 소주등지에 전자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있다.

LG전자(금성사)는 "세계화"를 키워드로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국내영업담당을 "한국영업담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해외사업 및
업무담당<>해외사업지원담당등 "해외"자가 붙은 조직은 미주 유럽등
각 지역별로 세분화해 늘렸다.

본격적인 다국적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기위해서다.

삼성전자의 조직개편에도 국제화전략의 가속화를 골자로 하는 해외사업강화
의지가 담겨있다.

해외운영실을 국제본부로 확대개편했다.

국제화 추진업무를 총괄토록하기 위해서다.

전사해외부문의 시너지효과 증대를 위해 해외부문 협의기구를 상설기구화했
다.

본격적인 지방화시대의 개막도 기업들의 체질개선을 재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다공장체제에 대비해 생산본부를 신설했다.

울산공장장이 맡던 생산총괄업무를 생산본부장에게 이관했다.

본부장은 현재 건설중인 전주 대형상용차공장과 아산 중형승용차공장을
모두 총괄하게 된다.

삼성은 그룹의 국내 사업지역을 경기 중부 경북 호남 부산 영남
등 6개지역으로 구분하고 각 지역별 지역장을 선임했다.

"지역 밀착 경영"을 강화한다는 전략에서다.

지역장들은 그룹을 대표해 권역별 사업개발을 주도하고 대지방정부
로비역할도 맡게 된다.

세계화 지방화를 위한 부서신설등 조직확대의 한켠에서는 슬림화를
위한 축소개편도 진행되고있다.

철강 자동차업계등에서 특히 이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비대해진 조직을 정돈하는 작업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는 것.생산과
판매로 조직을 이원화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포항제철은 자회사인 포스틸에 내수판매를,포스트레이드에 수출업무를
전담시키고 본사는 생산만 맡기로 했다.

이미 기아인터트레이드를 세워 특수지역수출을 맡기고 있는 기아는
내수판매 전문회사도 별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쌍용자동차도 내수전문판매회사의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섬유 비철금속 시멘트등 보수적인 업체들도 조직슬림화 작업에
착수했다.

LG상사반도패션 서광 포철 럭키금속 한보철강 쌍용양회등이 팀제및
사업본부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을 매듭지었다.

결재라인을 축소하고 사원이나 중간간부급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시키기위
해 오랜 전통의 부 과를 없애고 직무중심의 팀제를 도입한 것이다.

가격 및 경쟁력제고를 위해 원가절감조직을 따로 두고 연구개발기능을
강화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특히 전자업계는 멀티미디어사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생산본부장 산하에 원가절감 전담부서인 CR(Cost
Reduction)센터를 만들었다.

그동안 울산공장장 밑에 두던 자재본부를 사장직속기구로 승격시켰고
기술개발부문을 사장직속의 연구개발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기아자동차는 기존 CC(Cost Control)실의 담당 임원을 사장으로
격상시켰다.

대우자동차도 최근 원가관련부서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삼성전자는 원가절감을 위해 데이터통신사업부 산하에 자재및 생산관리업무
를 총괄하는 PI(Process Innovation)팀을 신설했다.

제품담당별 제조지원팀을 설치해 생산관리도 강화했다.

이 회사는 또 하부조직을 중심으로 멀티미디어등 정보통신부문에
무게를 실었다.

정보기기본부와 멀티미디어사업부에 생산기술팀을 신설했다.

멀티미디어기기양산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다.

현대전자는 정보부문산하 컴퓨터사업본부와 뉴미디어사업본부를
합쳐 멀티미디어사업본부를 신설했다.

또 기존의 산전연구소 뉴미디어개발본부 등에 분산돼있던 HD(고화질)TV
PC(개인용컴퓨터)등의 연구부서를 묶어 멀티미디어연구소로 통합했다.

이렇듯 각 기업의 조직개편은 업종에 따라 각각 신설과 확대,폐지와
축소에 초점을 두는등 차별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탄력적인 조직을 구축한다는 기본방향에서는 다를 게 없다.

경쟁무대가 전세계로 넓어지고 기술변화가 급속해지고있는 경영환경아래에서
는 루치아노 베네통이 자랑하는 것과 같은 "니트웨어처럼 유연한
조직"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권녕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