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고선명)TV시대를 앞서 열어가는 이들이 있다.

LG전자 영상미디어연구소 10명의 젊은 연구원들이 개발한 HDTV 디코더
(영상재생장치)는 HDTV의 세계 표준규격으로 유력시되고 있는 미국의
통일규격인 MPEG 2하이레벨을 수용한것이 특징이다.

미그랜드얼라이언스(GA)가 제안하고 있는 이 영상표준규격을 만족하는
이번 HDTV 디코더의 개발은 세계에서는 두번째이고 국내에서는 첫번째이다.

HDTV는 국내에서만도 오는 2005년께 1조원이 넘는 시장을 형성하는등
미래 전자산업의 주력상품이 될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HDTV 디코더는 이 HDTV의 핵심장치로 방송국이나 방송통신위성으로부터
들어오는 압축된 디지털 영상정보를 아날로그 영상신호로 풀어 브라운관을
통해 재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디코더가 브라운관과는 달리 표준규격에 따라 전혀 다른
설계 구조를 가진다는것. "지난 93년 대전엑스포때 국내 가전업계가
경쟁적으로 내놓은 HDTV에 사용된 디코더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HDTV 디코더 개발을위해 김영목 선임연구원과 함께 일선에서 연구한
김대진박사는 "엑스포 당시 선보인 HDTV는 "작동해 보인다는 차원"의
수준이었다"며 "디코더 역시 앞으로의 상용규격과는 거리가 먼 MPEG1규격을
따른것"이었다고 말했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세계표준규격으로 떠오르는 MPEG2에 맞는 새로운
디코더의 개발이 요구됐던것이다.

이번에 개발된 HDTV 디코더는 MPEG2를 수용할 뿐아니라 외형도 엑스포때
선보인 디코더의 3분의 2수준으로 작아졌다.

HDTV 디코더 개발연구는 박종석박사를 팀장으로 하고 김대진박사와
김영목선임연구원이 선봉역을 하는 체제로 연구가 진행됐다.

최종식 이창표 김진경 유화영 안정일 연구원과 중간에 합류한 김동호
김익환연구원등이 어려운고비를 함께 넘기며 HDTV의 상용시대를
앞당길 디코더개발을 완료했다.

"연구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미국의 통일규격이 1백%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김선임연구원은 표준화가 진행중인 규격을 기준해서
디코더를 개발해야해 어려움이 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오히려 그때문에 다른 어느기업보다 빨리 선도기술을 확보할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개의 데이터라도 잘못 처리되면 전체 영상화면이 깨지는 디지털기술의
특성때문에 회로검증등의 테스트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킨 원인을
찾는데도 꽤 힘들었다고 김박사는 술회했다.

"영상포맷이 바뀌면서 화면이 보이다 말다 할때에는 온 연구원이
마음을 졸였다"는 그는 이같은 고비를 연구팀의 화합으로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개발된 HDTV 디코더는 오디오에 있어서도
생생한 음을 들려줄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엑스포때 내놓은 디코더가 4채널이었던데 반해 이번 디코더는 5.1채널로
보다 현장감 있는 음을 즐길수 있도록했다.

이처럼 비디오 오디오면에서 손색없는 HDTV 디코더를 이용한 HDTV가
일반가정에 보급되도록 하기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할 산이 많다.

디코더를 TV에 내장할수 있도록 디코더의 ASIC(주문형반도체)화
연구가 이어져야하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디코더의 ASIC화로 메모리반도체인 D램의 수요가 많아지는등
HDTV시장의 성장으로 반도체등 관련산업이 육성되는것은 물론 HDTV의
디지털기술과 고화질기술이 멀티미디어시대의 핵심기술로 자리잡을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HDTV의 상용기술 선두자리를 계속해서 지켜 나갈것이라고
다짐했다.

< 오광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