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지요. 어떻게 조직을 설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지..

<> 티어니사장 =미국 3M사의 조직변혁을 실례로 들어보지요. 이 회사에서는
영업직 사원도 제품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기적인 조직을 짜놓고
있습니다.

개인취향의 실험적인 제품개발에도 회사설비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끔
했습니다.

연구직종과 관리직종을 별도로 운영하면서도 소규모 연구조직을 따로
운영합니다.

신규 아이디어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지요. 물론 모든 기업이 3M사의
조직을 따를 수는 없습니다.

기업은 저마다 발전단계가 다르고 기존의 조직구성이 틀리며 운영관행이
상이한데다 사회적 문화적 환경에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이들 요소를 고려한 최적모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기업에 대해 한정한다면.

<> 티어니사장 =한국기업들은 조직내 위계질서가 너무 강한 편입니다.
따라서 권한이양을 통해 리더십이 어느 정도 분산되더라도 효과적인
"업-다운"식의 조직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런 방향의 조직개편은 2세,3세로의 경영권 이양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느냐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기업경영에선 수익성이나 조직리더십외에 시장점유율도 주요 고려요인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티어니사장 =그렇습니다. 시장점유율측면에서 보면 고객의 행동양식이
아주 중요한 동인이 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겠지요.

예를 들어 미국의 백화점은 고객의 행동양식변화를 재빨리 간파하지 못해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실정입니다.

할인점이나 통신판매점등이 고객의 행동양식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연구
했어야 했는데 백화점은 때를 놓친 셈이지요.

다른 말로 표현하면 마켓셰어관리를 잘못했다는 것입니다. 장기적 안목에선
이익보다 셰어가 더 중요합니다.

-최근 유통업의 "가격파괴 경영"에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티어니사장 =가격파괴때문에 망한 게 미국의 철강산업입니다. 일본
철강산업의 덤핑에 발목을 잡혀 침몰한 것이지요.

이렇게 보면 요즘의 가격파괴현상에 대해 기업은 우선 가격이 인위적으로
높게 책정돼 있는지 여부를 면밀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비용및 시장가격곡선을 체계적으로 사전에 검토해 놓지 않으면 유사시에
대응이 늦어집니다.

가격파괴라는 것을 돌발적인 사태로만 여기게 될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에 따라선 가격파괴에 대응할 자신이 없는 경우도 있을텐데요.

<> 티어니사장 =원가분석으로 국내에서의 생산이나 유통가격이 도저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면 과감하게 사업기지를 해외로
옮겨야겠지요.

세계화전략은 이럴 때도 써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경영자들은 미국식과 일본식의 두자지 경영방식을 곧잘 비교
합니다.

일본식은 마켓셰어 확보에 비중을 두고 미국식 경영은 이익을 중시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기업이 마켓셰어를 더 중시한다는 것은 얼른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 티어니사장 =일본식 경영 또는 미국식 경영으로 딱 잘라 말하는 건
잘못입니다.

일본기업이건 미국기업이건 서로를 배우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게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GE의 잭 웰치회장은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1,2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회사문을 닫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마켓셰어를 중시하고
있습니다.

일본기업들도 미국식 경영을 많이 도입하고 있습니다. 수익성 보전을 위해
종신고용체제에서 과감하게 탈피하고 있는 것도 그런 예의 하나죠.

미국과 일본기업이 서로의 성공요인을 본따는 "벤치마킹"이 활발해졌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미국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리엔지니어링이라는 충격요법을
쓴 덕택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만.

<> 티어니사장 =리엔지니어링은 80년대에 관리계층이 불필요하게
비대해졌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결코 보탬이 되지 않는 관리계층의 비대화는
기업의 경쟁력보전에 걸림돌로 작용했고 균형을 되찾기 위해 리엔지니어링
이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찾게된 셈이지요.

그러나 이같은 극단적인 처방이 필요해졌다는 자체가 문제입니다. 그보다는
단절되는 과도기가 없도록 일관성있는 경영을 유지하는 것이 최상의 경영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기업에서는 그러나 리엔지니어링이 만병통치약으로 치부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컨설턴트의 눈에는 어떻게 비쳐지고 있습니까.

<> 티어니사장 =경영기법은 많습니다 TQM(전사적 품질관리) TBC(시간단축
경쟁) LO(학습조직)등 보편화된 것만 해도 20가지 이상 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리엔지니어링은 이같은 많은 경영기법 가운데 한가지일 뿐입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어떤 경영기법을 채택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기업이 처한
상황과 경영여건에 적합한 기법을 제대로 찾아 쓰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체질에 맞는 처방을 받고 있느냐는 것이 문제이지 무조건 유행하는 보약을
먹고 있다는 것으로 자위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기업의 체질에 맞지않는 경영기법을 도입하면 상황만 더 악화시키고 최악의
경우도 맞을 수 있지요.

-경영컨설턴트들이 유행하는 보약을 지어 주는 사람들 아닙니까.

<> 티어니사장 =그렇게 봐야겠지요. 상아탑에서 경영이론이 나오고 이
아이디어를 가공해 유통시키는 것이 컨설팅회사라는 점에서 컨설팅회사가
경영기법의 유행을 일으키는 진원지로 볼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교수들이 그런 일을 했지만(웃음).. 아무튼 경영컨설턴트들은
경영기법을 처방하기에 앞서 기업의 현주소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베인&컴퍼니가 세계 각국에서 1천명에 달하는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로도 정형화된 경영기법보다 기업이 처한 환경에 적합한 기법을
도입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한국의 경영자들에게 충고해주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 티어니사장 =잘은 모르지만 한국경영자는 3가지 장점과 3가지 단점을
함께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점들은 인적자원의 질이 높고 경영자의 성장욕구와 세계시장에 대한
도전의식도 충만하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대기업그룹의 오너체제가 튼튼하다 보니 장기적으로
볼 때 외부의 영향을 덜 받고 나름대로 기업목표를 일관성있게 추구해
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점 3가지는 조직이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색채가 강해 변화에 대한
대응능력이 떨어지며 경영기법을 시의적절하게 활용하는 감각이 처진다는
점입니다.

또한 세계적으로 경쟁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단점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경영자는 이런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극복해야겠지요.

< 정리=양홍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