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짜리 콜금리가 3일째 법정최고금리인 연25%를 기록하는등 단기금융
시장의 경색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콜시장에선 자금이 거의 고갈된 투금사들이 자금을 구하기위해
상대적으로 자금사정이 좋은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에게 법정상한금리인
25%이외에 5%가량 금리를 다른 방식으로 보전해주는등 "자발적인
꺽기"형태를 통해 콜자금을 연30%의 금리에 끌어당겼다.

또 이날 오후엔 은행결제자금이 부족한 일부 투금사들이 은행들에
타입대를 신청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3조8천억원규모의 부가가치세가 은행에서 국고로 환수되는
27일 만기가 돌아오는 환매채(RP) 1조원을 현금상환해주고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공채를 사주는 형식(역RP)으로 2조원을 지원하는등
3조원규모의 자금을 풀겠다고 25일 오후 긴급히 밝혔지만 이날 자금시장
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의 "고금리지속"현상을 크게 세가지 요인으로
보고있다.

첫째는 통화당국과 금융기관들사이의 신뢰부족이다.

한은이 통화관리를 신축적으로 하겠다고 말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은행들은 거의 없다.

한은의 "3조원 지원"방안도 당장의 고비만 넘기겠다는 뜻이지 다음
지준마감(2월 7일)까지 여유를 준다는 것은 아니란게 은행권의 해석이다.

지난 12월 21일과 1월 7일,21의 지준마감등 최근 3개반월의 지준마감에
앞서 통화당국은 항상 RP지원을 통해 자금을 잠시 풀어줘놓고는
곧바로 은행들에 벌칙성자금인 유동성조절자금(B2)을 부과했던 "전례"를
은행들은 크게 의식하고 있다.

이번에도 3조원의 자금을 풀어 설을 앞둔 자금고비는 넘기지만 결국
지준관리를 까다롭게 할 것이기때문에 우선은 자금을 확보해 놓아야
다치지 않는다 논리다.

최근들어 은행지준이 "플러스"상태로 자금사정에 다소 여유가 있으면서도
콜시장에서 단기자금을 끌어들이고 양도성예금증서(CD)를 한도껏
발행해 CD금리를 올려놓는것도 그래서다.

부가가치세납부와 설 상여금마련등을 위해 기업들이 제2금융권에
예치해 놓았던 돈을 일시에 빼내는 것도 최근 금리상승의 주요 원인이다.

기업들은 25일 부가가세납부를 위해 3조원이상의 자금을 이미 빼갔고
설자금과 월말결제자금을 3조원가량 추가로 인출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25일 투금사들은 회사당 평균 3백억-4백억원가량의 자금부족현상
을 겪었고 26일에는 전체적으로 1조원가량이 부족하다는게 투금사들의
얘기다.

투금사들은 부족자금을 마련하기위해 콜자금를 "금리불문"하고 끌어들이고
그러고도 부족해 은행들에 타입대를 신청하기까지 했다.

투금사들이 타입대를 쓴다는 것은 일반기업체의 1차부도와 같은
의미로 자금부족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 최근 깊은 수렁으로 빠져든듯한 증권시장도 금리오름세를
부채질 하고 있다.

지난 12월이후 주가가 급격한 하락세를 보임에 따라 자금시장의
전체적인 유동성이 뚝 떨어져 자금이 돌지 않고 있다.

증시관계자들은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상당부분 증시에 묶여있어
시중 유동성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보고있다.

이에따라 설이후에도 자금사정은 쉽게 풀리지않을 전망이다.

금리는 다소 고개를 숙이더라도 한은의 통화관리가 누그러지지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실세금리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기업들은 "자금보급로"를 상대적으로
금리가 싼 은행대출쪽으로 옮기고 있다.

그러나 한은의 강력한 유도로 은행들이 당좌대출금리를 실세금리에
연동시켜 운용함에 따라 은행대출금리도 이제 예전의 "싼 자금"가
아니다.

보유자금이 많은 대기업들은 그런대로 연명해가고 있으나 중소기업들은
통화당국과 은행들을 원망하며 "고금리에도 자금을 구하기 힘든"
이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