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정리 방안을 정부와 사전에 협의했는가.

<> 정세영회장 =검토에서 발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학계나 언론계의의견도 많이 들었고 정부의 시책도 참고했다.

이같은 구조개편 방향이 국민정서에도 맞는다고 생각해 결정했다.

-정부측에 사전에 설명은 했는가.

<>특별한 건 없었다.

사전에 보고등을 한바도 없다.

-이번 계열사 정리가 그동안 불편한 관계에 있던 정부에 대한 화해의
제스쳐로 해석해도 되는가.

또 이번 조치로 현대에 대한 제재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는가.

<>그동안 정부가 현대에 대해 제재를 한다느니 안한다는니 말도
많았다.

어떤 의미에서 제재가 있었다면 있었고 없었다면 없었던 것으로
볼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제재가 있었다면 현대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유지했겠는가.

이번에 일부 계열사를 정리키로 한것은 WTO(세계무역기구)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조치일 뿐이다.

설령 정부가 현대를 제재했다고 쳐 그걸 풀어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나 제재해제를 겨냥해 이번 조치를 취한 것은 아니다.

-발표문에서 "기업의 조직과 자원을 기업경영에만 집중하겠다"고
강조한건 무슨 의미인가.

<>더 잘 아시지 않느냐.앞으로 정치를 안한다는 얘기다.

-계열사를 중공업 전자 자동차등 6개 분야로 전문계열화하겠다는
것과 2세 경영체제와는 어떻게 연결되나.

<>이젠 회사가 몇개고 수출을 얼마나 했고등 숫자나 양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무한 경쟁시대엔 질의 경쟁을 우선해야 한다.

모든 기업이 세계 1등 기업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어떤기업의 지분을 누가 얼마나 갖고 있으니 누구의
기업이다는 식의 사고는 바꿔야 한다.

1세 경영이니 2세경영이니 하는 말을 쓰는건 19세기적 발상이다.

회사를 위해선 능력있는 전문 경영인이 경영을 맡아야 한다.

-그래도 기업에 주인이 있는건 불가피하지 않는가.

현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정명예회장 가족들은 어떤 역할을 하게되나.

<>저를 비롯해 경영을 맡고 있는 가족들은 그룹운영위원회의 멤버가
된다.

그룹운영위원회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 경영자문의 역할을 할 것이다.

계열사는 가족들에게 나눠줄수도 있도 안 나눠줄수도 있다.

그룹을 잘되게 하는게 목표일 뿐이다.

-계열사 정리의 구체적인 시기는. <>그동안 모든 계열사가 뒤엉켜
있었다.

이를 푸는 방법은 공개 안된 기업의 공개를 통해 자본관계를 풀어야
한다.

당장 할수 있는 것은 곧 할것이다.

그러나 법적수속등 제도상 시간이 걸리는 부분도 있다.

-6개 전문업종의 경영책임자를 발표했는게 기존의 회장제는 어떻게
되나.

<>부문별로 회장과 사장은 모두 그대로 존속한다.

급격한 변화는 가끔 있는게 좋지 자주 있는건 바람직하지 않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