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10대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서울시내에 이제까지 현대미술관
하나 없어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삼성미술문화재단이 세우게될
현대미술관을 세계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도록 꾸밀 계획입니다"

지난 연초 호암미술관 관장으로 취임한 삼성그룹 이건희회장의 부인
홍나희씨(50)는 24일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미술문화재단이 서울 종로구
운현궁자리에 세울 현대미술관건립계획을 이렇게 밝혔다.

삼성미술문화재단이 오는99년초 완공을 목표로 6천평의 부지위에
1,500억원을 들여 건설할 현대미술관은 전시면적만도 2천여평에 달하는
대형 미술관.

"우선 이달말까지 건축가를 선정, 실시설계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국제수준의 미술관을 지향, 설계를 외국의 저명한 건축가에게 맡길
계획이지요. 또 외양보다는 내부기능에 중점을 두겠습니다"

홍관장은 새로 지을 현대미술관의 성격을 한마디로 "21세기 서울에 있어야
할 미술관"이라고 정의하고 체계적인 전시활동은 물론 큐레이터양성및 교육
등에도 역점을 두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인의 정서와 취향에 적합한 작품들을 중점적으로 컬렉션할 생각
입니다"

홍관장은 동양적인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현대작가들의 작품 중심으로
미술관을 꾸며 나가겠다고 말하고 작품구입도 개인적인 취향을 무시할수는
없지만 구입위원회를 구성, 미술관성격에 알맞은 작품들만 선별구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뒤에서 조심스럽게 미술관일에 간여해 오다 이번에 전면에 나서게
돼 어깨가 무겁다는 그는 조직내에 들어가 구심점이 돼 책임있게 일을
해야 한다는 이건희회장의 조언이 호암미술관 관장직을 맡게된 결정적인
동기가 됐다고 전했다.

현대미술관외에도 오는5월에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삼성어린이박물관을
개관,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체험학습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홍관장은 이곳에서는 6~12세의 어린이들이 다양한 문화활동을 할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밝혔다.

경기여고와 서울대 미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한 미술인이기도한 홍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이사 삼성미술문화재단이사등을 역임했다.

< 백창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