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발표한 공정거래법시행령은 크게 두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는30대그룹의 소유분산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업종전문화 사회간접자본민자유치에 대한 출자는 출자총액제한에
예외를 인정해 경쟁력강화를 지원한다는것이다.

먼저 소유분산이 잘 된 기업과 그룹은 30대그룹계열사와 그룹지정에서
제외,출자를 마음대로 할 수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대기업그룹 경제력집중에 대한 비난의 핵심은 과도한 소유집중에
있음을 감안하면 이를 해소하지 않고는 정부의 경제력집중억제의지를
증명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규제완화로 업종진입이 제한이 없어져 30대그룹이 신규업종진입은
마음대로 할수있게 된 만큼 소유를 분산해 국민기업으로 태어나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김영삼대통령이 지난 9일 경제부처업무보고에서 공정위에 "재벌의
소유집중과 선단식경영문제는 공정위가 과거보다 노력해서 해소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였다.

따라서 소유분산촉진을 주내용으로 하는 공정위의 이번 시행령은
신재벌정책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공정위의 이런 소유분산유도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위장분산이 많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공정위가 정한 기준이 "허구의
잣대"일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공정위는 이를 위해 국세청에 의뢰해 대주주 친인척 임직원
비영리재단의 주식이동상황과 배당자와 주식소유자의 일치여부를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보완책을 밝혔으나 주식차명분산이 은밀히
이루어지는 점을감안하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지켜보아야 한다.

여기다 소유분산우량기업으로 지정된 기업이 멋대로 출자해 오히려
문어발 확장을 도와주는것 아니냐는 의문도 일고 있다.

공정위는 출자총액을 순자산의25%로 내렸고 자금여유가 있어 출자여력이
큰 주력기업은 우량기업에서 제외했고 자기자본지도비율이 있어
문어발식 출자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그룹계열사중 돈되는 알짜기업이 주력기업이 아닌 경우가
많아 이런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소유분산우량기업의 기준으로 내세운 조건이 과연 합당한가라는
진단도나오고 있다.

에컨대 현실적으로 상장기업의 자기자본비율이 25%수준에 이르고
있는데 20%를 넘는 기업을 우량기업으로 지정한다면 우량기업의
"머리수"를 채우기 위한 기준이라는 얘기다.

공정위는 이시행령이 소유분산 유도정책이기 때문에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기준을 제시할 수도 없고 너무 많은 기업에 예외를 인정하면
유도의 효과가 없어 이정도 선에서 기준을 설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업종전문화를 지원키 위해 비주력기업의 주력기업에 대한
출자에 출자총액규제상의 예외를 인정한 것은 산업정책과 경쟁정책간
관계설정이 모호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공정위는 업종전문화는 경쟁제한적인 요소가 있어 경쟁정책당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업종전문화가 정부시책을 추진되고 있어 할수 없이 받아들였다고
공정위 고위관계자도 고백했다.

한마디로 해주고 싶지않은데 통상산업부의 체면을 보아 해주었다는
얘기다.

이렇다면 정부의 산업정책과 대기업정책은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지
못하고 한쪽에서는 경쟁촉진을 내세우고 다른 한쪽에서는 경쟁을
제한하는 정부주도의산업정책을 동시에 펴는 모순을 더욱 확대 재생산
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