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2천여만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는 세계 최대의 컴퓨터 통신망인
인터네트가 해커의 침입에 속수무책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뉴욕타임즈등 미 언론은 새로운 신기술로 무장한 해커들이 인터네트의
각종 컴퓨터 시스템을 손쉽게 뚫고 있는 것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비밀번호를 우연히 알아내 몇가지 장난을 치거나
유령사용자번호(ID)를 만들어 파일을 숨기거나 옮기는등 숨박꼭질을 즐기는
장난꾸러기 해커와는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신종 해커들은 자신의 컴퓨터 실력을 자랑하기 위해 시스템에 침투하던
소영웅주의자들과는 달리 전문 컴퓨터 범죄꾼의 모습을 띠고 있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범죄형 해커들이 각종 인터네트망을 운용하는 시스템
관리자의 ID와 비밀번호를 알아내 사용자 전체의 개인신상내역등을 복사
하거나 파괴하는데 있다.

소위 "ROOT ID"라고 불리는 시스템관리자 ID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독립적인
시스템 전체를 관리 운영하는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에게 부여하는 것으로
그 시스템에 대해서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

따라서 이 ID가 해커의 손에 들어간다는 것은 시스템 전체가 해커의
지배하에 놓여짐을 의미한다.

해커들은 시스템 관리자 ID뿐만 아니라 몇몇 컴퓨터에 설치돼 있는 보안
시스템 자체를 입수해 분석하는등 수법이 한층 대담해지고 있다.

특히 이같은 해커들의 침입은 최근 인터네트에 각종 기업통신망이 묶여짐
으로써 과거보다 훨씬 큰 피해를 낳게 된다.

해커들이 인터네트와 연결된 기업통신망이나 유통업체 신용카드회사 은행
컴퓨터에 침입해 신용정보등을 홈치고 계좌이체등을 행하는등 컴퓨터범죄
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터네트 소사이어티등 관련기관들은 개인은 물론 시스템 관리자들로
하여금 비밀번호를 수시로 바꾸고 보안시스템을 매일 점검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인터네트에 연결된 모든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모든 사람이 접속할 수 있는 개방형태로 운영돼 온 인터네트는
사용자들을 통제할 수 있는 적절한 장치가 없어 보안관리가 항상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기업사용자들은 인터네트를 통해 침입을 시도하고 있는 해커들로부터
내부 네트워크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네트워크의 보안문제가
인터네트의 상업적 활용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출범 26년만에 세계 1백40여개국의 2백20여만대 호스트컴퓨터가 접속돼
지구촌 네트워크로 성장한 인터네트는 현재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인터네트라는 가상 공동체를 위협하는 해커의 침입을 막지 못하면 전세계를
묶는 온라인 마을은 범죄꾼들이 들끓는 슬럼가로 변해 버릴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