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며칠간 크게 떨어지던 일본,홍콩증시가 24일에는 단기폭락에
따른 반발로 소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세계증시는 동반하락이라는
대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세계증시는 미처 예상치 못했던 멕시코금융위기 일본대지진
중국의 등소평사망임박설등 각종 악재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선진국,개도국 가릴것 없이 일제히 주가가 떨어지는 연쇄폭락기조에
놓여있다.

현재 전개되고있는 세계증시침체는 진원지가 아시아라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

전에는 주로 미국증시가 먼저 떨어진다음 유럽과 아시아로 그 영향이
파급됐었다.

연초 멕시코금융시장붕괴로 아시아증시가 약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멕시코충격에서 거의 벗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터져나온 일본대지진과
중국 등소평사망임박설은 최근 며칠동안 아시아증시를 일거에 함몰시켰고
그여파는 구미증시로 번져나갔다.

도쿄증시폭락으로 촉발된 지난 23일의 세계적인 주가연쇄폭락은
지난 87년 10월의 블랙먼데이의 악몽을 연상시킬 정도로 전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일본을 필두로 한 홍콩 싱가포르등 23일의 아시아증시 주가하락폭은
최고 5%를 넘었다.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가 5.6%나 폭락했고 홍콩증시의 항셍지수는
4.3% 급락했다.

태국이 4.83%,싱가포르 5.5% 대만 2.1% 말레이시아 4%등 아시아의
신흥증시가 모두 급격한 주가하락을 기록했다.

이로써 올들어 지금까지 아시아증시의 평균주가하락폭은 평균 10%에
달하고 있다.

아시아주가의 연쇄폭락은 지진피해가 커지면서 도쿄증시에서 주식투매가
일고 이 투매상황이 다른 아시아증시로 파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등 아시아신흥증시는 특히 일본기업들이
지진피해복구비를 마련키 위해 해외증시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는 우려에 휩싸여 구미증시에 비해 주가하락폭이 더욱 컸다.

유럽증시의 주가하락폭은 아시아증시보다는 작았지만 개도국에
비해 주가움직임이 크지 않은 선진국증시라는 점을 감안할때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주가마저 2% 가까이 하락한 것은 지금 세계증시의
침체가 매우 심각한 상태임을 보여준다.

미증시는 아시아및 유럽증시의 폭락에 영향받아 하락기조가 이어지긴
했으나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

이에따라 도쿄증시폭락에서 시작된 지금의 세계증시동반하락이 8년전의
"세계증시대붕괴"로까지는 악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달말 연준리(FRB)가 인플레억제를 위해 금리를 또 인상할
것이 거의 확실한 상태여서 미증시역시 앞으로 언제라도 아시아및
유럽증시같은 주가폭락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수는
없다.

증시전문가들은 지금 세계증시에는 여러 악재가 겹쳐있어 당분간
침체상황이 지속될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아시아증시는 등소평의 건강악화에 따른 불안이 계속되고
있고 이달말 미국의 금리인상이 확실시되고 있어 특단의 호재가
나타나지 않는한 주가가 회복될 가능성은 당분간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올들어 연초부터 나타나고있는 세계증시침체와 관련,가장 우려되는
것은 세계적인 자금부족사태와 그에따른 국제금리상승의 가속화이다.

이같은 우려의 근거는 지진복구비를 마련하기위해 일본정부와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고 멕시코경제위기를 타산지석으로
삼고있는 선진국투자자들이 개도국신흥증시로부터 자금을 빼내갈
수 있어서이다.

특히 국제자본시장에서 최대자본공급국인 일본이 지진피해복구를
위해 자본의 해외공급을 중단하거나 해외에 있는 투자자금의 회수에
나서게 되면 앞으로 세계자본부족사태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아시아증시를 중심으로 세계증시가 침체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자본부족우려가 증시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기때문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일본의 해외자금공급중단이나 투자자금회수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본증시의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일본국내증시에서 자본조달이 어려워진 일본기업들이 해외투자자본을
대거 회수하고 해외자본유출을 중단하게 될것임은 누구나 예상할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제자본시장에서 자금부족현상이 나타나고 그에따라
이미 상승추세에 있는 국제금리는 더욱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제자본부족과 국제금리상승은 이제 막 회복기를 지나 활황기로
접어들고 있는 세계경제를 억누르게 될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