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전자레이저(Free Electron Laser. FEL).

기존 레이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레이저로 "꿈의 레이저" "차세대
레이저"등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 레이저가 국내에서도 개발됐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이종민박사를 팀장으로한 5명의 고출력레이저기술개발팀
이 3년간 땀흘린 결실이다.

30여명의 대식구인 레이저연구부를 이끌고 있는 이박사가 자유전자레이저의
연구에 나선 것은 지난92년.

1년가량 기초조사를 마치고 개발방향을 정한뒤 필요한 장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전자를 가속하는 방식은 비용이 적게 들고 좁은 공간에 설치할수 있는
정전형전자가속기를 채택했다.

전자빔(Beam)의 에너지는 0.4메가전자볼트(MeV)정도로 낮게 정했다.

"첫시도인만큼 자유전자레이저 발진 그자체에 촛점을 두고 연구계획을
잡았습니다. 파장은 밀리미터파대역, 출력은 10kW급으로 설정하고 장치를
설계했습니다"

레이저발진장치를 만들고 첫 시도에서 곧바로 원하는 레이저를 얻어냈다.

장치를 완성하고 나서 채 한달도 안된 지난해 12월말이었다.

이박사는 실제 장비를 만드는데만 1년이상 걸려 컴퓨터를 이용한 모의실험
을 많이 하고 그 결과를 장비제작에 반영해 장비의 정확도가 높아진 결과로
풀이했다.

이 연구팀은 이번 연구와 관련, 4건의 특허를 출원중이며 전자빔의 에너지
를 1MeV 정도로 높여 보다 짧은 파장의 자유전자레이저를 발진시키는
연구를 시작했다.

내후년께부터는 선형가속기를 이용하는 자유전자레이저 발진연구도 시작할
생각이다.

선형가속기는 넓은 공간이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전자빔의 에너지를
높여 활용범위가 넓은 단파장레이저를 얻는데 필요하다.

응용연구로는 에너지전송쪽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박사팀이 이분야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레이저전문가로서 당연한
길이었다.

레이저연구팀들은 한결같이 자유전자를 꿈꾼다.

응용분야가 다양해 새로운 산업을 개척할수 있는 가능성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자유전자레이저는 전자를 레이저발진매개체로 이용한다.

전자가속기에서 나온 전자가 N극과 S극의 자석이 엇갈리게 배열된
교본자장기 사이를 뱀처럼 꾸불꾸불하게 지나가면서 내는 빛을 증폭시킨다.

전자빔의 에너지와 교본자장기의 자석간격등을 조절해 레이저의 파장등을
제어할수 있다.

기존의 레이저가 매개체에 따라 고정된 파장밖에 얻을수 없어 응용범위가
제한됐으나 자유전자레이저는 원하는대로 파장을 만들어낼수 있다.

이산화탄소레이저는 가공용, 엑시머레이저는 의료용등으로 용도가 제한된
기존 레이저와 달리 자유전자레이저는 기존 레이저를 대신할수 있을뿐만
아니라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수 있다.

광화학반응을 이용해 방사성폐기물에서 고부가가치의 희귀자원을 추출해
자원으로 이용하는 연구, 핵융합에 필수적인 플라즈마현상을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가열수단, 우주공간에서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만든뒤 이것을
빛으로 바꿔 지구로 전송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
이다.

자유전자레이저는 미국이 전략방위구상(SDI)에서 우주병기로 이용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으며 이계획이 주춤해지면서 관련
연구원들이 여러곳으로 흩어지면서 세계적으로 연구가 확산됐다.

일본에서는 전문연구기관(자유전자레이저연구소)도 있다.

이박사는 가속기와 레이저라는 두분야의 기술이 필요한 이분야에 대한
연구가 아직 국내에서는 그리 활발하지 않다고 전했다.

< 정건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