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세계화구상을 구현하는 작업이 예상보다 쾌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초 민.관 공동추진위원회의 위원인선에 이어 그 첫 전체회의가
지난 21일 열려 세계화의 골격이라 할 중점과제 12개 분야를 선정했다.

다시 내달에 열릴 2차회의 안건을 심의하기 위한 간담회가 26일
소집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빠른 발걸음은 이 위원회가 스스로 연말까지 1년 한시로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내겠다는 왕성한 의욕에 기인한다고 할수 있다.

실은 2개월이 지나도록 누구나가 얼른 떠올릴만한 세계화의 개념규정이
선명히 제시돼 있지 못한게 사실이다.

특히 큰 혼선은 국제화와의 차별적 설명이 빈약했다.

그러나 김진현 공동위원장의 설명처럼 개념이 꼭 복잡한 이론으로만
이해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한마디로 국제화는 폭에 있어서 가령 한.미,한.일등 최소 2국간에도
성립한다.

내용도 경제 외교등 특정분야에 한정할수 있는 개념이다.

그런 쌍무적 관계에다 다자적 관계를 모두 합쳐 국제화의 범주에
넣을수 있다.

이에 대해 세계화는 땅위에 존재하는 국가를 통틀어 지구전체를
한 단위로 보는 개념이다.

분야도 무역 기술등 어느 분야가 아니라 인류의 보편가치를 추구하는
아주 넓은 포괄적 개념이다.

지구를 국경없는 한 마을로 인식한 지구촌개념이다.

말하자면 문명사적 시각에서 조형되기 시작한 이 현학적(현학적)개념을
처음 한나라 장기(전략)계획의 기본틀로 구현하자는 착상이 다름아닌
시드니구상이었다.

따라서 세계화추진위원회는 추상적인 정의에서 아직 크게 벗어나지
않은 세계화라는 인류의 새 이상을 물화하고 형상화해야 하는 임무를
안고 출발한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선후진권 모두가 주목하는 한국의 이같은 첫
시도가 독창성과 효율성을 인정받으며,실제로 한국의 선진권진입에
기여했다는 후세의 역사적 평가를 얻게끔 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당장의 평가와 인정을 바랄수 없고 바라서도 안되는 것이
원미래구상인 것이다.

그러려면 위원회가 너무 시간에 자승자박하지 말고 차분히 짚어나가야
한다.

성질상 이 작업이 설계의 치밀성보다 스케치의 유연성에 가깝긴
하나,겸직.비상근 위원들이 타이트한 일정에 설치지 않고 책임감있게
참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전략 중기 단기로 구분하여 각기 마감시한에 차등을 두는
방법도 중요해 보인다.

위원과 기타 참가자들은 국가 백년대계의 입안에 참여하는 긍지와
장기안목으로 임해주기를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