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에 대해서는 성별까지 암수로 나누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치질도 일종의 정맥류라고 하면 갑자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러나 용어자체가 왠지 어렵고 생소하게 여겨지더라도 정맥류라는
이름이 질병의 본태를 이해하기에는 훨씬 용이하다.

그건 그렇다치고 이 정맥류 중에 여자는 도저히 앓을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정계정맥류이다.

정계정맥류란 남성 음낭의 만상총내 정맥혈이 울혈되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고 굴곡된 상태를 말한다.

더 쉽게 말하면 정맥류란 정맥이 병적으로(증) 머물러 정체된
(유)것인데 이 정맥류의 상태가 정계에 있는 것이 정계정맥류란
말이다.

정계에 정맥류가 있게 되면 음낭의 피부 아래에 청색을 띠는 벌레주머니
모양의 종창이 생기고 음낭을 끌어 당기는듯한 둔중한 동통을 일으키게
되며,또 이 정맥류자체의 무게에 의하여 서혜부의 견인통도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정계정맥류는 대개 활동력이 왕성하고 음낭내 혈류가 증가하는
사춘기에 나타나 17~26세의 정상 청년층 약10%에서 발견되는데,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정맥류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발생빈도 또한 감소하게
된다.

흔히 고환부위가 당긴다는 불편사항을 의사에게 호소하면 마치
점쟁이처럼"왼쪽이 그렇죠?"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이는 혈행분포의
특성상 정계정맥류의 90%이상이 좌측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편 고환은 남성의 정자를 생산하고 양육하는 곳이기에 정자의
운동성이나 숫자등이 떨어지는 정액의 이상소견도 약50%의 환자에게서
나타나게 된다.

정계정맥류라는 질병의 부위와 증상등을 참작하면,한의학에서 일컫는
산병의 범주에 해당된다.

산병은 전립선염을 설명할 때도 잠깐 언급한바 있지만 평지의 돌이나
흙이 뭉쳐 쌓인 것을 산이라 하듯 인체의 하복부 음부에 기와
혈이 정상적인 순행을 하지 못하고 울체된 질환을 말한다.

치료는 당연히 기와 혈을 순행시킨다는 "순기활혈"로써
"표치(겉으로 드러나는 급한 증상을 우선적으로 치료한는 것)"를
실시하고 표치후에는 그동안 정체되어 있던 기능을 보강하고 재발을
예방하기 위하여 "보신"으로써 "본치(질병의 근본을 다스리는 것)"를
하여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