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 주창하는 세계화가 여러측면에서 실현될수 있겠지만
세계화를 통화측면에서 이야기한다면 "국제거래에 있어서 원화의
사용 혹은 보유가 많아지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즉 원화가 국제통화로서 외환거래,경상거래,민간자본거래,공적자본거래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보유되는 상태라야 세계화가 달성되었다고 말할수
있을 것이다.

국제통화라면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국제거래에서도 제산단위,지불수단,
가치보장수단이라는 통화로서의 3가지 기본적 기능을 가져야 한다.

계산단위로 작용을 하면 민간부문에서는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을
표시하는 통화나 계약외 기준이되는 통화로서 사용되고,공적부문에서는
기준통화로서 기능을 한다.

지불수단기능측면에서는 민간부문의 매개통화 거래통화 결제통화를
의미하고,공적부문에서는 외환시장등에의 개입통화 공공기관끼리의
결제통화를 뜻한다.

자산가치보장수단으로서 작용하면 민간부문은 재산축적수단으로
보유하고 공적부문에서는 공적준비수단으로 활용된다.

어떤 통화가 이처럼 국제화하고 국제통화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려면
교환성의 유지,구매력의 안정성,사용.보유상의 편리성,국제적인
수령성이라는 기본적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국제통화간에도 그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빈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예를들어 89년4월현재 외환거래의 통화구성비를 보면 미국달러는 45%,
일본 엔과 독일 마르크는 13.5%내외,영국 파운드는 7.5%수준이었고,경상
거래에서는 달러가 55%,마르크는 14% 엔은 2~3%,파운드는 7.5% 내외의
비중을 차지했다.

유러통화시장에서 예금잔고의 비중을 보면 90년의 경우 달러가 66%,
마르크가 12%,엔 4%,파운드 3%정도 였으며 IMF가맹국의 공적외화준비에
점하는 각국 통화의 비율은 달러가 50%,파운드가 3%,마르크가 19%,엔은
9%수준이었다.

그런데 어떤 통화가 국제화된다면 해당국가에는 편익과 비용이
동시에 발생되지만 아무래도 편익이 훨씬 큰 편에 속하기 때문에
각국은 서로 국제통화로서 인정받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있다.

국제통화로서 활용되면 얻을수 있는 편익은 여러가지다.

우선 통화발행이익의 획득이 제일 중요하다.

종이돈 찍어내고 실물자원을 얻는 이익만큼 큰게 없을것이다.

통화발행국가는 세계의 은행으로서 장기로 돈을 빌려주고 단기로
예금받는 것과 같은 셈이다.

장단기 금리차만큼 이득을 본다.

다음 자본거래에서 국제유동성 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경상수지적자가
쌓여도 비교적 쉽게 메울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국이 엄청난 무역수지적자를 가지고도 잘 견뎌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무역거래에 있어서는 자기나라 통화로 결제하는 이율이 올라가는
만큼 자국기업의 외환리스크는 회피될수 있다.

자본거래에서도 투자가나 자금차입자 모두에게 외환리스크의 부담이
줄고 외환거래 수수료도 절감된다.

게다가 자기나라 통화가 외국통화당국에 의해 공적준비로서 보유되면
당해국의 본원 통화가 국제수지불균형의 영향을 적게 받게 되므로
비교적 자주적으로 본원통화를 관리할수 있으며 한편 당해국가의
금융기관 비금융민간부문에서 국제적 자금증개업무나 영업기회가
확대되는 메리트도 있다.

반면에 통화가 국제화되면서 치러야할 비용이라면 내외금융시장이
통합되는 만큼 당해국가의 금융정책의 자유도.유효성이 유지되기
어렵다.

특히 국제금융이나 자본시장에 비해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일수록
그렇다.

동시에 이자율이나 환율등이 크게 변동할 위험성을 안게 된다.

즉 버블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안고 지내야 한다.

자국통화가 국제적 자산통화 준비통화로서 거주자 비거주자에게
폭넓게 수요되면 그 통화의 가치는 과대평가되기 쉽다.

즉 국제수지적자의 유인이 그만큼 커지기 쉽다.

이러다 갑자기 그 나라에 대한 평가가 나빠지면 통화는 과소평가의
길로 들어서면서 자본거래조차 어렵게 만들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특히 국제적 준비통화인 경우에는 준비통화국으로서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자기나라 경제의 건전한 운용을 유지(인플레 억제)하는게 국제적
신임을 얻는 길이다.

그렇다면 통화측면에서 세계화의 결정인 원화의 국제화를 이룰수
있는 기본조건은 무엇인가.

첫째는 우리나라 경제규모(CNP,GDP,무역액,금융거래액,금융자산잔고
모두)가 충분히 크고,세계무역이나 자본거래에 점하는 비중이 높아야
한다.

둘째는 정책당국이 절도있는 재정금융정책을 운용하고 인플레율과 그
변동폭을 낮은 수준에 묶어 원화 구매력의 안정성에 관한 신뢰를 확립해야
한다.

국내외의 금융기관 무역업자 투자자 외국당국자 모두가 믿을수 있어야
한다.

셋째는 외환거래 자본거래가 자유화되고 개방적이라서 거주자 비거주자가
차별없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접근이 가능하며 광범위하고 다양한
금융거래를 할수 있게 제도화되어야 한다.

물론 그들이 수시로 변덕을 부리더라도 국내금융시장이 덜 출렁거리도록
관리할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넷째는 우리나라가 제법 오랫동안 경상수지의 흑자국,자본수출국이
안되면 "세계의 은행"내지 "국제금융센터"가 될수 없고 이런 상태에서는
국제적 교섭력이 생겨날수 없다.

결국 투자를 넘는 저축을 요구한다.

민간이든 공공부문이든 낮은 생산성하에서 채무의 증가가 급속히
진행되지 않도록 주의를 요한다.

마지막으로 강조할 점은 역시 통화의 국제화는 하루아침에 달성할수
없으므로 지금부터라도 국내적으로는 안정증시 체질강화우선정책을
끈질기게 집행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많은 국가에 대해 직접투자,무역,경제
협력과 관련된 금융을 적극 뒷받침하되 원화베이스의 비중을 늘려나가는
작업이 요청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