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이 17일 서둘러 발표한 자금시장안정책은 한마디로
돈을 좀더 풀어 최근의 금리급등세를 꺽어보겠다는 의도다.

설이후 통화환수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 최근 금리상승원인중 적어도
"심리적"요인은 제거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올 경제운용의 최우선과제인 물가안정을 위해 어느정도의
금리상승은 불가피하다는 한은의 입장이 후퇴한 것이다.

당초 정부가 통화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한 것은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경기를 진정시키겠다는 취지였다.

따라서 이번 조치가 뛰는 금리를 잡기위해 "안정"정책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통화당국이 이날 자금시장안정책을 마련한 것은 연초 연14.2 5%에서
출발한 회사채수익률이 보름도 못가 연15%를 넘어서면서 채권시장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은행지준부족규모가 커지면서 콜금리가 연20%선을 웃돌고 기관투자가들의
자금부족이 주식시장 폭락으로 이어진 것도 대책마련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통화당국은 그래서 1.4분기중 통화공급을 늘리겠다는 직접적인 대응과
함께 채권수요를 줄여 나가겠다는 간접적인 대책을 마련했다.

통화공급(증가율)목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월중에는 당초 계획대로
19%내외로 하돼 1.4분기 전체로는 18%(3월평잔기준)내외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1.4분기중 18%"의 의미는 "설이 지난 2,3월에도 인위적인 급격한 통화
환수는 없다"(김원태 한은자금부장)는 설명이다.

이렇게 될 경우 1.4분기중 통화는 대체로 2조9천억원(통화증가율 17.9%
기준)에서 3조5천억원(18.4%)사이에서 공급될 전망이다.

지난해 1.4분기중 시중에 풀린 돈이 2조2천억원임을 감안하면 작년 같은
기간 보다도 최대 1조3천억원가량이 공급되는 셈이다.

이와함께 채권의 공급물량도 줄여 나갈 계획이다.

현재 정부가 잡아놓고 있는 올해 채권발행규모는 국채 8조6천6백억원,
회사채 21조원~23조원, 금융채 16조7천1백억원, 특수채 12조원등 모두
58조3천7백억원~60조3천7백억원선에 이른다.

이중 금융채와 특수채의 발행을 채권시장의 상황에 따라 다소 줄여나간다는
생각이다.

통화당국의 이같은 방안은 그러나 자칫 당초 계획했던 안정기조를 야금야금
흐려놓을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통화당국은 월별로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연중 통화증가율 목표치인
14~17%범위안에서 운용하려고 애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월 평잔증가율이 17.7%로 연간목표를 지키는데
실패했다.

따라서 올해 연중 통화공급목표를 지난해보다 낮은 12~16%로 잡아놓고
있는 통화당국이 1.4분기중에 18%내외로 공급할 경우 2.4분기이후에는 통화
를 잡기위해 강력한 긴축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는 돈줄을 조이기 어려웠던게 과거 경험이 보여주는
"현실"인 만큼 2.4분기중에도 통화를 환수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자금시장관계자들은 "통상 연중 통화공급은 4대6정도로 기업들의 투자가
본격화되는 하반기의 공급량이 상반기보다 많았다"며 "자금공급이 많은
하반기에도 강력한 통화환수책을 구사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정책으로 정부의 안정기조가 흐트러지는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물론 안정정책이 후퇴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최연종 한은이사)이라고
밝힌것도 이런 우려를 반증하는 것이다.

어쨋든 이번조치로 이날 회사채수익률과 콜금리가 안정세로 돌아서는등
자금시장의 경색현상이 풀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효율적인 "통화정책의 효과"인지 "안정정책의 포기"로
나타날지는 좀더 두고 볼일 이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