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근로자들도 동남아등지에 나가 일한 적이 있다.

지난 63년부터 69년8월말까지, 소위 우리의 "월남기술자"들이 연인원
3만7,000여명이나 사이공등지의 미국회사에서 일한 것이다.

그때 우리의 파월기술자들은 고용주인 미국회사나 주재국인 월남정부당국
으로부터 폭행이나 착취, 인간적 모욕같은 비인도적 학대를 받아본 적이
없다.

버젓이 월남여인들과 가정을 꾸미고 전쟁하는 나라에서 "1등국 시민"처럼
거드름을 피웠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동남아에서 온 "연수생"들에게 임금을 체불하고 작업
과정에서 욕설을 퍼붓고 폭행을 일삼는등 인권침해를 일삼고 있다.

"때리지 마세요" "여권을 돌려주세요"

폭행과 임금착취에 항의하면서 명동성당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네팔근로자들을 보면서 우리가 언제부터 이토록 악한 민족이 되어버렸는지
탄식밖에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30여년전의 자화상을 돌아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취업근로자가 바로 한 세대전의 우리 "파월기술자"인 것이다.

정부는 동남아근로자들을 착취하는 악덕기업들을 샅샅이 뒤져 이들을
세계화의 방해세력으로 엄단하기 바란다.

그리고 이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노동조건의 개선과 인권보장, 국내
근로자와 동등한 산재혜택등 근본적인 처우개선을 해주기 바란다.

정승수 < 수원시 권선구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