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한 경수로지원사업을 전담할 국제기구인 코리아에너지개발기구(KEDO)
의 설립 협상이 몇가지 중요한 문제에서 한국측 입장과는 다른 결론으로
가고있어 걱정스럽다.

KEDO 설립협정문과 경수로공급계약 초안작성을 위해 워싱턴에서
있었던 한.미.일 실무자회의는 KEDO 설립협정문에 "한국형"경수로를
명기하는 핵심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회의를 끝냈다는
소식이다.

지금 보아서는 설립규약에 "한국형"을 명시해야 한다는 한국측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 대신 미국은 북한과 체결할 공급계약에서 "한국형"을 못박아주겠다는
약속을 내놓고 있다.

우리는 남북한 모두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미국의 어정쩡한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를 양보하면 또 하나를 걸고
넘어지는 북한의 협상전략에 비추어 공급계약에서인들 "한국형"이
명시될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을 갖지 않을수 없다.

우리가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무릅쓰면서까지 "한국형"을 고집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한국형 경수로지원은 경제적 득실관계를 떠나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해 북한의 대남 태도변화를 이끌어냄으로써 북핵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형"이 KEDO설립의 묵시적 전제조건임을 염두에 두고
이달 하순에 있을 북한측과의 계약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관심을 끄는 것은 KEDO 참여국의 확대문제다.

한국은 참여국을 최소로 하길 희망했지만 일본의 주장대로 G7과
함께 중국 러시아등은 물론 중동및 동남아 국가들까지도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에 대부분의 경수로 비용부담은 지우되 주도권행사는 견제하겠다는
일본의 속셈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이 "한국형"의 수용을 끝내 거부하거나 또 수락했다
해도 경수로 건설에 필요한 남한의 인력과 물자에 대해 자유로운
왕래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사업자체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요컨대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는한 한국이 할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한국협상팀을 포함한 KEDO 당사자들 모두가 상기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