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하순에 돌출한 멕시코 경제위기는 새해 벽두 멕시코 정부가
단행한 일단의 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진정은 커녕 오히려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산되는 등 그 여파가 증폭되고 있어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멕시코 외환시장에서 일어난 페소화 가치의 폭락현상과 뒤이은 주가하락이
조기진정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채 그 여파는 이제 중남미 전역을 비롯,
심지어 유럽으로까지 파급되는 조짐이다.

만약 이러한 사태가 앞으로 빨리 수습되지 않은채 계속 된다면 그 여파는
경제회복 궤도에 올라서 순항하고 있는 선진국 경제와 세계 경제전반의
흐름에 커다란 주름을 가할 것이다.

이번 위기는 페소화의 하락으로 부터 시작하여 외국 자본의 이탈, 주가
하락 등으로 이어진 금융불안이다.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무역 외환 등의 분야에서 멕시코 정부가 취한
성급한 일련의 자유화조치 때문이다.

과대평가돼 왔던 페소화가 외환자유화 조치로 규제가 풀리면서 폭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페소화의 과대평가는 수출애로와 수입확대를 유발, 무역적자를 급속하게
팽창시켰다.

무역적자 확대는 뒤이어 인플레를 야기했고 외국자본의 이탈을 초래했으며
이것이 다시 주식과 유동화된 페소화의 폭락을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문제를 보다 근본적인 시각에서 보면 이번 위기는 과도한 외국자본
에 의존하여 고도성장정책을 추구해온 정부의 실책에 있다.

사실 멕시코 경제는 현재 위기를 맞고 있긴 하지만 절망적인 것은 아니며
기본적으로는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지난해 성장률은 4%, 인플레는 10%이하로 전년에 비해 크게 안정되었다.

특히 멕시코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출범과 OECD 가입실현으로 중남미
의 경제우등생이란 평가를 받았었다.

멕시코 경제가 안고 있는 약점은 외국자본을 메울 충분한 외화보유와
금융력이 없는데 있다.

따라서 위기에서 탈출하는 길은 미국 등 선진국에 의한 국제적인 지원밖에
없다.

클린턴 미대통령도 11일 그런 필요성을 인식하고 페소화 가치안정을 위해
90억달러 규모의 지원계획을 밝혔다.

멕시코의 금융위기는 현재 급속한 시장화 자유화를 추구하고 있는 동아시아
등 많은 개도국에서도 장차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이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성급한 외환자유화를 경계해야 함은 물론 경상수지 적자축소와
경제체질 강화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