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의 2,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됐던 대한상의의 기업토지소유
형태 조사결과는 정부가 오는 7월 실시목표로 추진중인 부동산 실명제에
중요한 하나의 정책적 시사점을 일깨워주고 있어 주목된다.

이에 의하면 서울지역 2,000개 업체의 78.2%가 비실명으로 토지를 매입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조사는 비록 지난 93년10월에 서울소재의 제조업체 건설업체만을
대상으로 실시된 것이지만 이같은 비실명형태의 토지소유는 실은 지금도
전국의 거의 모든 업종 업체에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우리기업의 현실이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비실명 명의별로는 경영진의 친인척(32.7%), 기업내 임직원(25.4%),
그밖에 기업외의 주민등 제3자(20.7%)의 명의가 이용됐는가 하면 소유
형태로는 명의신탁제에 의한 타인명의 등기가 가장 많고(54.5%) 나머지는
가등기(16.4%), 공증(7.3%)등의 편법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기업이 상당한 자금을 지불하여 어렵게 사들인
기업의 토지등 부동산을 왜 타인의 소유로 등기하려 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사업계획 비밀의 노출을 피하기 위해서거나 부동산
가격이 개인이 살때보다 더 비싸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그밖에도 기업의 과다한 부동산 소유가 가져올 금융및 세제상의 불이익을
피해보려는 동기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일부 기업의 경우 불로소득을 노린 부동산투기 의도를 은폐하기 위한
동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인하기 어려운 것은 기업이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파는 사람이
비기업에 팔 때보다 더 비싼가격을 요구하는 경향이 현실적으로 분명히
있다는 사실이다.

비싸게 사들인 기업명의의 부동산으로 해서 기업은 이를 제품가격에 전가
시킴으로써 결국 제품값이 비싸져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그것은 또 소비자
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단적이 예를 들면 기업이 가령 실명으로 아파트건축용 토지를 사들일 경우
기업이 아닌 비실명때보다 지가가 비싸지는 데서 기업은 아파트값을
인상할수밖에 없게 되고 아파트구입자는 인상된만큼 부담을 더 안게
된다.

부동산실명제는 고질적인 부동산 투기와 탈세를 봉쇄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임에 틀림없지만 그것이 기업의 경제활동에 필요한 부동산구입을
어렵게 하거나 부동산구입가 인상 또는 부동산세금 증가로 기업활동에
부담을 주어 기업의 투자의욕을 위축시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배려가 현재 추진되고 있는 실명제 입법에 반드시 반영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