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의 해에 냉장고 한대의 행운을 잡으세요"

백화점이나 요즘 유행하는 할인매장에 붙어있는 문구가 아니다.

상업은행의 각 영업창구에 적혀있는 "한아름 사은적금" 홍보문구다.

1월 한달동안 적금에 가입하면 앞으로 매달 납입액중에서 2-3만원가량을
깍아줘 만기때는 적어도 냉장고 한대값 정도는 절약할 수 있다는 것.

백화점의 할인판매방식을 도입한 상품이다.

이 상품은 발매 첫날인 3일 이후 매일 1천억원이상씩 계약이 이뤄지는
신기록을 경신중이어서 은행 전체를 흥분시키고 있다.

"백화점식 세일"이란 아이디어를 낸 직원은 마케팅실의 홍현풍과장(36).

지난달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한 마케팅실의 막내인 그는 작년 상업은행
에서 내놓은 6개의 신상품중 3개를 개발해낸 주역이다.

홍과장의 손을 거친 상품마다 힛트를 친다고 해서 주변에선 그를
"마이더스의 손"으로 부를 정도다.

"상품개발에는 영업실무능력과 복잡한 금융상품의 이율을 쉽게 계산해낼수
있는 능력, 그리고 젊은 열정이 필요하다"는 홍과장이 상품개발업무를
시작한 것은 꼭 2년전인 93년 1월.

당시 막 신설된 마케팅팀은 은행에서 이른바 끗발있는 부서는 아니었다.

그러나 신세대답게 "대리직급으로도 능동적인 의사결정을 할수 있는 직책"
이 마음에 들어 이 부서에 지원했다.

그리고 은행안팎의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만났다.

은행이 돈많은 사람들만을 상대하는 곳이냐는 비판에서 부터 이자를 깍아
주는 방법이 없는냐는 지적까지 두루두루 신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아이디어
로 활용했다.

그렇게해서 만들어낸 첫작품이 93년 9월의 "한아름 어르신통장".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절세에 초점을 맞춘 상품이었다.

실명제실시이후 합법적인 절세를 위해 가족 모두의 명의로 저축이 가능
하도록한 "가족우대통장"은 그의 두번째 작품이다.

홍과장이 금융상품개발시장에서 주가를 올리기 시작한 것은 그러나 지난
5월 시중은행에선 처음으로 주택마련상품인 "마이홈 통장"을 만들면서
부터다.

미국의 모기지방식을 배워 현재 은행법상10년까지밖에 되지않는 대출기한을
30년까지로 늘려놓은게 특징인 이 상품은 7개월만에 1조원의 약정고를 기록
했다.

마이홈통장의 판매가 호조를 보일 무렵 3단계금리자유화가 조기시행될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당시엔 은행들이 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상품들을 만들고 있었으나
홍과장은 금리관련상품이 중요시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서 만든게 백화점 할인판매방식의 "한아름 사은적금"이었다.

"상품을 팔아줄 직원들을 우선 감동시키는게 중요하다"는 홍과장은 오늘도
쉽고 설득력있게 파고들수 있는 신상품 개발을 위해 분주하게 뛰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