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팀이 물가와 임금전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30일 청와대에서 김영삼대통령주재로 열린 개각후 첫경제장관회의에서
김대통령이 경제장관들에게 주문한 것도 이것이다.

새경제팀에 부여된 중요한 과제는 세계화지만 국민생활에 직접 관련된
정책은 물가와 임금이다.

경제팀에 최대현안으로 떠오른 물가와 임금안정은 93년부터 회복세를
보여 강한 탄력을 받고 있는 경기가 상당기간 호조를 지속하면서
부분적으로 과열기미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11월산업활동동향에서도 확인되고있다.

11월산업생산증가율이 전월대비 3.7%,전년동기대비 13.5%를 기록한데
대해 통계청과 한국은행은 모두 "예상밖"이라는 표정이다.

작년 11월산업생산증가율이높았던 만큼 올11월에는 이처럼 높으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통계청의조휘갑통계조사국장은 "단순전망이지만
4.4분기 경제성장률이 10%안팎에 달할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같은 고성장은 과소비로 이어져 물가를 자극하고 임금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내년에는 해외자금유입이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자금유입과 경상수지를 포함한 종합수지개념으로 해외부문에서 1백30억
달러정도의 통화증발이 예상되고 있다.

몰려오는 외국돈은 통화공급증가나 원화절상으로 흡수할 수밖에없다.

통화로 이를 흡수하면 흡수하는 만큼 물가에 영향을 준다.

지방자치단체장선거도 인플레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부동산가격도 들먹거릴 공산이 크다.

올해 물가는 다행히 억제목표인 6%이하로 잡았으나 내년에는 이처럼
물가여건이 좋지 않다.

물가상승은 임금을 부추긴다.

이미 실업률은 11월기준 2.0%로 완전고용에 가까운 수준이어서 임금상승
압력은 높은 편이다.

홍재형부총리도 재정경제원장관취임이후 기자간담회등에서 내년에는
부분적으로 인력난이 초래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가뜩이나 내년에는 공공부문의 노사갈등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억제선을 5%수준으로
잡았다.

여기에는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5.6%보다는 낮은 선에서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그같은 의지는 곳곳에서 구체적인 정책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통화증가율의 억제가 제1의 과제다.

외국에서 자금이 밀려들어오면 통화증가율이 높아질수 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지만 물가안정이라는 대세에 밀릴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미 재정은 내년에 7천억원의 흑자로 편성,긴축의지를 보였다.

통화부문의 긴축이 겹쳐 금리상승이라는 고통이 예상될수있다.

재경원의 최종찬경제정책국장이 "경제안정을 위해서는 어느 쪽에선가
고통을 수반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공요금의 연초인상도 억제될수 밖에 없다.

일부 서비스요금에 대한 행정규제도 불가피하다.

정부는 품목별가격규제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으나 물가안정이라는
대명제앞에 이같은 원론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임금안정차원에서 불법노사분규에는 그 어느때보다 강도높게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

홍재형부총리는 임금안정을 세계화의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선진국들이 임금을 3~5%로 안정시키고 있는 만큼 세계화를 통해 선진
대열에 들어가려는 한국도 마냥 10%이상의 임금상승을 누릴수는 없다고
밝혔다.

홍재형부총리의 경제팀이 물가와 임금전쟁을 제대로 치를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 고광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