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자금시장이 불안한 춤을 추고 있다.

콜금리가 법정최고한도인 연 25%까지 올랐다가 하루만에 연 16%로 급락
하는가 하면(21일현재)CD유통수익률 역시 연 16.5%까지 올랐다가 연
14.5%로 내리고 회사채수익률은 연 14%를 돌파하여 14.35%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지않아도 연말이 되면 정신을 못차리는 자금담당자들로서는
자금계획은 커녕 아에 포기상태이다.

연말 장세를 낙관적으로 보던 증권투자자들도 계속된 금리상승으로
하락하는 증권시장을 바라보며 울상이다.

한은이 자금시장을 진정시키기위해 유동성 조절자금( B 2 )9,700억원을
지원하고 1,242억원의 통화안정증권을 조기상환하였지만 그 결과는 아직
미지수이다.

앞에서 설명한대로 급한 불은 껐지만 이번 자금파동은 연말까지 진정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와같이 중.단기 금리가 급등락한 경험은 금년 8월초에도 있었다.

당시 지준마감일인 8월6일까지 콜금리가 연 25%까지 상승했고 CD금리가
연 16.3%로 상승했다가 지준마감일후에 안정된 것이다.

그러나 당시는 자금비수기인 여름이었던데 비해 이번은 자금성수기로
가장 바쁜 연말연시가 닥쳐있기 때문에 쉽게 안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88년 금리자유화시도와 89년의 12.12조치로 인한 풍성한 자금살포로
한동안 연말 자금시장은 큰 문제없이 잘 넘겨 왔었다.

오히려 세금과 배당이 집중되는 4월이 자금비상기로 치부되어 왔었다.

그러면 이러한 사태는 왜 일어난 것일까.

일부에서는 금리자유화 3단계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부작용이라고
한다.

금융자율화의 기본인 금리자유화와 업무자율화로 인해 은행이 적극적인
영업을 했고 그 과정에서 자금운용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또 한국통신 주식과 중소기업은행 주식의 공모로 인해 2조원이상의
부동자금이 모여 통화관리당국의 기장을 높였고 급기야 12월중 17.5%의
통화증가율을 보여 긴축의 강도를 높인 결과로 나타난 이상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잘보면 8월초의 자금시장 난기류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은채
12월을 맞이했음을 알수 있다.

추석이후 자금회수가 잘 되어 10월의 통화증가율은 13.5%로 안정된
듯이 보였고 이에따라 금리자유화 3단계를 앞당겼던 것이다.

그러나 10월의 통화증가율은 전년동월대비로 평가되었는데 작년도
10월은 금융실명제 1단계의 마감시한으로서 "금융대란"이 우려되었던
시기였다.

이 당시 정부는 실명제실시의 부작용을 우려하여 통화증가율을 20.8%로
높였던 것이다.

따라서 금년 10월은 낮은 통화증가율에도 불구하고 자금은 상당히
풍성한 편이었으며 이러한 여유자금을 은행은 가계자금대출로 운용
하였던 것이다.

가계자금은 한국통신과 중소기업은행 주식의 공모로 대출이 급중하여
은행에서만 11월중 거의 1조원의 자금이 풀려나갔다.

특히 연금신탁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대출을 보장하였던 것이 맞물려
은행으로서는 가계자금대출을 거부할 명분이 없었으며 10월의 풍성한
여유자금은 이를 뒷받침할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가계자금대출은 한번 대출되면 갚는데 시간이 걸리며 소액자금
위주여서 소비자금화하는 경향이 높은 것이다.

한국통신이나 중소기업은행 주식공모가 끝난뒤 증권시장측에서는 이
자금의 환류를 기대하였으나 결과는 그렇지가 못했다.

여기에 기업측은 연말자금을 확보하기위해 가수요가 증폭되었고
심리적인 자금수요는 금리를 법정한도까지 올려 놓게 되었던 것이다.

최근 기업들의 당좌차월잔액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일부 가계에 대한 자금압박은 매우 심각해서
금년 한해동안 중소기업의 부도건수는 80년대 이래의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금융기관들도 부족한 자금을 수혈하기위해 CD를 고금리로
발행함으로써 기업과 금융기관 모두에게 주름살이 지게 되었다.

이번 12월의 자금시장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우선 통화관리의 실종이다.

재무부나 한국은행에 기대하였고 또 길들여져 왔던 통화관리주체가
정부조직개편 상호혐의부족등의 원인으로 이번 연말은 겪지 않아도
될 우울한 연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국민들은 누가 통화관리를 담당하던 간에 돈이 잘 돌아가서 필요한때
보다 값싸게 쓸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사실 이번 자금시장의 이상현상은 동향을 잘 주시하였더라면 11월중순
부터 예고되고 있었던 것이다.

총통화증가율 목표를 회생시키면서까지 유동성 조절자금을 방출하는
통화관리당국의 발상의 전환을 환영하면서 전년동월대비라는 수치목표에
대한 집착과 오해도 없애버리기를 바란다.

자금시장은 정책변수가 없는한 월간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계절적
으로 변동하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신축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세계화와 자율화를 구호로만 외칠것이 아니라 정책당국의 여유있는
사고와 발상의 전환을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