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은 유난히도 사건사고가 많은 한해였다. 성수대교붕괴 아현동도시가스
폭발등 안전사고가 잇따랐고 직장내성희롱과 노인복지가 본격적인 사회문제
로 대두됐다.

연말부터 연초까지 이어질 연극가의 창작사회극바람은 갑술년 한햇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는지를 돌아보게 할 것으로 보인다.

연우무대의 "까페공화국",극단 오늘의 "절망세일",극단현장의 "넌 프로다",
극단 신세대의 "알수없는 공화국"등이 화제의 작품들.

연우무대의 "까페공화국"(1월29일까지 연우소극장)은 12층 스카이라운지
카페에 갇힌 사람들이 건물이 무너진다는 사실에 직면해 겪는 여러
사건들을 보여준다.

카페는 하나의 공화국을 상징,사고가 많았던 지난 한해 우리사회의
불안감을 표현하고 있다.

"까페공화국"은 카페의 안과 밖을 구분,안에서는 공포와 위기의식에
사로잡힌 소시민들의 모습을 담고 밖에서는 대통령선거와 취임식,쿠데타
등 서민생활과 무관하게 진행되는 역사를 보여준다.

무겁고 심각한 주제를 춤 노래 흉내내기등 다양한 기법으로 처리,공동체적
기반을 상실한 사회의 비극을 가벼운 터치로 드러낸 사회풍자극이다.

신예연출가 이상범씨와 박상현씨가 공동으로 창작.연출했다.

극단오늘의 "절망세일"(1월6일~2월5일 소극장오늘)은 절망스러운 삶에
대해 토로하는 20,30,40대 등장인물을 통해 우리사회의 현주소를 묻고자
하는 작품.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20대 오렌지족과 30대 실직자,40대 후반의
부랑자가 1등짜리 복권을 찾기위해 쓰레기통을 뒤지고있다.

세사람 모두 우연히 중국교포가 그 지하철역에서 1등에 당첨된 복권을
잃어버렸다는 얘기를 듣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것.

마지막 쓰레기통앞에서 만난 세사람은 쓰레기통을 차지하려 싸우다가
가장 절망적인 사람이 복권을 갖기로 함에 따라 서로 자신이 가장
절망적인 상태라고 주장한다.

얘기도중 세대간의 단절과 차이가 드러나고 30,40대 남자들의 구차한
자기변명이 이어진다.

이때 거칠지만 건강하게 살아가는 청소부아줌마가 등장,쓰레기통을
비우기위해 이들을 몰아낸다. 김균태작 이수인연출.

극단현장의 "넌 프로다"(2월5일까지 예술극장한마당)는 직장내 여성의
위상을 보여주는 페미니즘연극.

극제목은 "프로의 여성은 차별받지 않는다"는 광고카피를 뒤집은 "넌
프로임에도 불구하고 차별받는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직장내 남녀차별의 문제를 떠나 여성이 의욕적으로
일하고 꿈을 펼치려면 전문직을 선택하라는 말의 허구성을 파헤친다.

광고회사직원 스크립터 학원강사등 6명의 여성이 공동창작하고 심길섭씨가
연출했다.

극단 신세대의 "알수없는 공화국"(1월15일까지 신세대극장)은 자식에게
버림받는 노인들의 실태를 보여주는 연극.

대가족중심의 기존가치세계에서 살던 노인들이 개인주의적으로 자란
자식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버림받는 현상을 무대위에 올려 사회의 양심을
추궁한다. 이철향작 김용수연출.

< 권성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