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김영규특파원] 스페인 카탈루나정부는 올들어 바르세로나항구를
남지중해 최대 유통기지로 육성키로 했다.

유통기지의 육성은 물론 그명성을 활용 외국기업을 끌어 들이겠다는
계산을 깔고 있었다.

카탈루나정부는 이를위해 현지에서 활동중인 외국기업들을 앞장세워
대대적으로 홍보전을 펼치기로 했다.

엄청난 돈을 들여 광고를 할려면 누가 들어도 공감할수 있는 이미지좋은
외국기업을 선정해야 한다.

카탈루나정부는 현지 기업들을 대상으로 판매실적 지역활동 국제적
이미지등을 수개월간 조사.일본 소니 닛산 그리고 짐라인사와 함께
삼성전자를 대상업체로 선정했다.

그리고 이현봉법인장의 얼굴과 회사소개가 담긴 전면 광고가 스페인과
이웃 국가에 뿌려졌다.

삼성전자는 돈한푼 안들이고 선전까지 하는 효과를 얻었다.

삼성전자가 이곳 바르셀로나에서 VTR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0년부터.불과 4년만에 현지를 대표하는 유지기업으로 부상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급성장에는 우선 VTR제품의 현지시장 점유율
1위란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판매법인까지 겸하고 있는 이공장은 지난해 1백% 삼성브랜드로 VTR를
판매 스페인내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소니보다 다소 판매가는 떨어지나 20년이사 이곳에서 활동한 세계
최고브랜드를 누르고 단연 선두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그러나 의적 성장외에도 지역활동에 적극적 참여,좋은 이미지를
쌓아온것도 뜻하지 않은 행운을 잡을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비엔날이란 현지 체육인들 모임이 주최한 사생대회에 스폰서를 대고
전담 PR회사를 통해 기업이미지를 널리 심는 노력을 꾸준히 했다.

영상기기업체답게 폭력물및 애로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는 켐페인도
준비하고 있다. 생산및 판매는 물론 지역사회 일에 적극 참여, 뿌리를
내리겠다는 전략이 주효한 셈이다.

이 회사는 그결과 올해는 스페인 전자공업진흥회인 ANIEL의 이사업체로
피선돼 현지 전자업계에서 상당한 세력을 갖게 됐다.

이회사는 이힘을 활용, 유럽연합(EU)집행위가 한국산 VTR와 부품에 대해
반덤핑규제를 하려할때 스페인을 움직여 무산시키려는 전략을 폈다.

그 덕분에 실제로 지난달에 열린 EU 반덤핑 자문위에서 스페인정부는 특히
부품수입에 대한 반덤핑규제의 부당성을 주장, 그결정을 유보하는데 일조를
해냈다.

이제 이공장은 한국기업이라기보다는 스페인의 유력 전자업체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잡은 것이다.

금성사 보룸스공장도 지난4월 독일전자공업진흥회인 ZVEI위원사 자격을
따내기위해 노력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몇가지 성공사례로 유럽에서 우리기업의 이미지를 심기는
역부족이다.

영국의 여론조사단체인 렉스사가 지난6월 한국산제품에 대한 국적인식도
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그 현주소를 쉽게 파악할수 있다.

우리의 간판 수출품인 현대자동차를 한국산이라고 답한 소비자는 20%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45%는 일본제품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나머지는
''모른다''였다.

다른 제품은 더이상 거론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다.

또 브뤼셀 무협이 벨기에 체인점인 포토홀사를 대상으로 한국산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조사한 결과 "컬러TV는 VTR 전자레인지등 주력수출품의
품질은 일본에 비해 손색이 없으나 브랜드이미지가 낮아 10%이상 싸게
팔수밖에 없다"는 답이었다.

브뤼셀무공(KOTRA)의 주선으로 지난9월 벨기에에 왔던 전라북도의 유럽
시장 개척단도 "일본제품을 제외하고는 품질에 관계없이 아시아산을
모수 싸구려제품으로 취급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게다가 우리가 넘어아할 벽인 일본업체들과는 현지활동의 폭에 있어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스페인공장이 갖고 있는 아니엘 이사직을 소니사는 오래전에
획득했다.

전자는 물론 자동차등 주요업종에 있어서도 일본의 현지업체들은 유럽
관련단체의 회원은 물론 이사회멤보로 활동하고 있다.

당연히 일본산 제품들이 반덤침제소등을 당할 위험에 처하면 이를 규제
하는 힘을 발휘한다.

일본업체들의 활동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돈만 버는 기업''이란 이미지
를 벗어나기 위해 지역 문화영역에까지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특히 영국에서는 일본업체들이 엄청난 자금을 지원, 영국정부와 함께
대대적인 문화행사를 펼쳐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이미지도 상당히
높이는데 성공했다.

국가이미지가 높아지면 제품의 인기도 저절로 치솟는다는 현실인식을
기업들이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품질과 기술의 우수성은 유럽에서 제품을 팔때 필요조건일 뿐이다.

그것만으로는 충분조건까지 겸할수는 없다는 얘기다.

성수대교와 함께 무너진 우리의 신뢰도를 되살리는 사명은 결국 현지기업
의 몫이다. 스페인 삼성전자가 거둔 성공을 유럽전역에 확산시킬수 있는
기업들의 노력이 절실히 요망되는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