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95년1월14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있는 한국미술협회(이
사장 박광진)주최 "서울국제현대미술제"가 전시방향과 성격이 없는 "잡화상"
식 행사에 그치고있다는 비난이 일고있다.

서울정도6백주년을 기념하고 95년미술의 해를 활기차게 연다는 취지아래
개최된 서울국제현대미술제는 세계40개국 84명과 국내작가4백7명이 참가한
대규모 행사. 예산만도 6억원(대한항공협찬 운임등 포함)이 투입됐다.

그러나 많은 미술인들은 "이번 미술제가 국제전시회의 생명인 "큐레이팅
쉽"이 무시된채 늘어놓기식으로 진행되고있다"면서 "이렇다할 메시지도,
전시방향도 없이 외화만 낭비하는 국제전은 이제 재고돼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시되고있는 외국작가 작품또한 전반적으로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쏟아지고있다.

세자르,조셉 보이스,앤디워홀,데이비드 호크니등 세계 유명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는 있으나 이들작품중 상당수가 수준이하의 것들이
많아 "작가의 이름"만 전시되고있다는 비아냥이 나오고있는 것.

한 미술인은 "외국작가들로 하여금 우리의 전시방향에 맞춰 새로운
작품을 만들게해 가져와야 내실있고 특징적인 전시회를 꾸밀수있는데
이번전시는 작가측에서 출품사실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있는것같다"면서
"외국작가라면 사족을 못쓰는 사대주의에서 벗어나 이제 외국에 돈만
주는 봉노릇은 그만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보와 전시방향의 부재를 반영하듯 전시장도 관객 없는 썰렁한
분위기.

무료입장할수있는 이전시에 지난22일까지 일주일동안 1만3천6백33명의
관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그중 절반정도는 학생들의 단체
관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관람객은 하루 7백명선에 그치고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난23일 아이들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김모씨(40,서울상계동)는
"수많은 작품이 제각각으로 진열돼있어 전시회가 도대체 뭘 뜻하고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이탈리아작가 엘리오 산타렐라의 "누우드네온"작품은
네온이 꺼진채 전시되고있어 주최측의 성의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무려 4백7명의 국내작가가 이번행사에 참가하고있는 것에 대해서도
미술계에서는 마땅챦아하는 분위기.

미술계일각에서는 학예발표회도 아닌데 전시장이 비좁을 정도로 많은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현이사장이 내년2월에 있을 차기이사장
선거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있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씨는 "많은 예산이 투입된 서울국제현대미술제가
성격없는 전시로 개최된것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면서 "대형 전시회를
도덕과 양식의 문제는 무시한채 개최자체에만 급급해 열고있는 것이
한심하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