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팀의 정책기조는 "안정우선"이란 지금까지의 대원칙이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우선 팀장인 홍재형부총리와 문민정부의 "경제실세"인 한이헌경제수석이
자리를 지켜 새로운 목소리가 끼여들 틈이 없다.

또 다른 경제실세인 박재윤전재무가 여전히 통상산업부장관으로 경제팀에
건재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경제흐름을 감안하더라도 뾰족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

내년에는 물가불안이 경제운용의 최대난제가 될게 분명하다.

세계경기회복으로 국제원자재가격의 상승이 우려되고 있을 뿐 아니라 외환
및 자본자유화로 해외자본이 대거 유입될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가불안이 재발할 경우 내년부터 본격화될 외환.금융개혁은 성공을 기약
하기 어려울수 밖에 없다.

문민정부의 신경제계획도 물가상승률을 계획기간안에 연 3% 수준까지 낮출
계획이라는 점에서도 새경제팀은 물가안정을 최대목표로 할수 밖에 없는
시점이다.

국제수지악화를 막기위해서도 안정기조의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지난 93년초부터 지속된 경기상승국면이 가능한한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도
지나친 과열을 막고 안정을 택해야 한다는 논리가 제기되고 있다.

더군다나 내년부터는 4개 지방자치단체선거 총선등 해마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경제외적 복병도 도사리고 있다.

경제논리가 정치논리에 밀리는 상황이 올수도 있다.

과거 80년대 후반의 여소야대시절처럼 경제가 정치에 발목을 잡힌다면
정부가 새 슬로건으로 내건 세계화는 한낱 물거품에 그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이미 주세법개정파동이나 정부조직법개정안의 통과과정에서 표출되기도
했지만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경제논리에 반하는 정치논리는 더욱 기승을
부리는게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새 경제팀의 정책방향에 관해선 쉽게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예상할수 있다.

안정우선의 정책기조를 선택할수 밖에 없는 처지에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치권의 무리한 요구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일이
어느 때보다도 시급한 시점이라고 볼수 있다.

거시정책방항은 그렇다 치더라도 통상 정보통신 사회간접자본등 경제정책의
각론부분에선 오히려 삐꺽거릴 소지가 많다.

조직개편으로 중복된 업무를 교통정리했다지만 이 분야에선 뒷처리가 엉성
한 탓이다.

상공자원부를 통상산업부로 개편해 통상주무부처로 만들었으나 재정경제원
이나 외무부의 간섭을 받게 돼있는게 대표적인 사례다.

정보통신업무를 둘러싼 정보통신부와 통상산업부간의 구획정리도 말끔이
끝나지 않았다.

정보통신기기등 하드웨어의 관할권을 놓고 정보통신부와 통상산업부가
여전히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어떤 장관이 오는가에 따라 지난 2년동안 끌어왔던 논란이 재연될 소지도
배제할수 없는 형편이다.

사회간접자본의 민자유치사업도 어느 부처가 주도해 갈지 불분명하다.

지금까지 기획원이 주도했으나 민자유치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설
교통부가 출범한 만큼 아예 건설교통부가 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문제의 해결은 경제사령탑인 재정경제원장관의 몫이다.

경제부총리의 리더십에 기대할수 밖에 없다.

예산 조세 금융등 막강한 경제정책수단을 틀어쥐고 있는 경제부총리말고는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자리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통상 정보통신 사회간접자본등은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해 앞으로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분야다.

오히려 거시경제정책보다도 더욱 중요하다고 볼수도 있다.

따라서 새경제팀의 성패는 내년에 예상되는 인플레와 후반기 이후의 급격한
경기하락을 방지하는 거시정책의 운용과 정보통신 사회간접자본등 각론부문
에서의 정책조율을 제대로 할수 있느냐가 관건임에 틀림없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4일자).